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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현장실습, 이 정도면 직장내 괴롭힘 아닌가

기사승인 2019.07.0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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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7월16일부터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 및 금지 △사업주의 예방 및 조치 의무 △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의무기재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질병을 산업재해 범위에 포함 △국가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책무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내용을 말한다.

그러나 이 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입증 책임도 여전히 노동자에게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등 많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어디까지를 법에서 정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규율해야 할지, 어디까지 조직 내 회복구조에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례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 법은 그동안 법적 규율이 어려웠던 직장내 괴롭힘을 법률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했으며, 우리 모두에게 괴롭힘 행위가 불법행위라는 시그널을 주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라마다 다르게 규율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우리나라는 현재 가해와 피해를 구분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둔다기보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측면에서) 조직 내 위계와 권력으로 인한 다양한 피해들을 조직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례에 대해 현재까지는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그 밖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에서도 대응을 위한 지침·자료 등을 내고 있다.

노동부의 예시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 일상에서 자칫 직장내 괴롭힘으로 다뤄질 일들이 많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기계적으로 구분할 사안은 아니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좀 더 민감한 감수성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목소리가 자주 들려왔던 곳이 한 군데 더 떠올랐다. 바로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공간이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서울청소년노동인권지역단위네트워크 등이 함께 만든 “특성화고 학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노동세계 진입연구(2017)”를 보면 입사 첫날부터 업무가 서툴다고 심한 욕을 듣거나 메신저상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 또 막내라는 이유로 외부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거나 현장실습생만 빼고 직원들끼리 음료수를 사서 마신 사례도 있었다. 작업의 위험성을 알려 주지 않거나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은 채 유해한 업무(납땜·물품운반)를 지시하기도 했고 자동차학과를 나온 학생에게 세차를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상담이나 교육을 가면 공장을 정리하거나 박스를 나르는 일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는 호소를 자주 접한다.

노동부 매뉴얼에는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한 일을 하도록 지속적·반복적으로 지시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집단 따돌림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정의 규정에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외에도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도 포함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서로 연결된 점이 너무 많다.

물론 모든 현장실습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실제 전공이나 취업에 도움 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런 사례들을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하며 넘어갈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교육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현장실습이라면 그 공간이 고통과 괴로움의 공간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학생들에게 교육의 이름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참아 내라고 요구한다면 그 학생들이 진출하게 될 사회 각 영역의 일터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피어나지도 못하고 시들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 2주 남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더 많은 사례와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이 법의 시행을 더 소문내고 다양한 사례를 모으고, 직장 안에서 평등한 문화를 위한 논의를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때로는 대응도 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이나 직장갑질119 등에서 직장내 갑질 사례를 모으고 있다. 한계가 많은 법이지만 필요한 법이었으니 (거창하지만) 이 법에 좀 더 생명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겠다.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모든 장애물을 해체해 갔으면 좋겠다.

김성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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