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집배원 장시간·중노동에 따른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국회가 정부에 인력충원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에는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집배원의 대다수가 공무원이란 이유로 특별근로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조3천928억원으로 잡은 노동부는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취업 취약계층과 고용위기지역 일자리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입법도 요청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과 18일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노동 관련 법안 의결을 시도하는 가운데 노동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의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 불발로 비쟁점법안만 처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집배원 죽어 나가는데 노동부 침묵”

환노위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상정하고 소관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해에만 25명의 집배원이 뇌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사망하고 올해 6월까지 9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은 우정사업본부의 장시간·중노동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0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며 “우정사업본부가 배달에 책정한 소요시간은 일반우편물 2초, 등기우편물 28초, 택배 30초”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갑 노동부 장관에게 “죽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니냐”며 “우정사업본부 안전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 259건에서 2018년 78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출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거듭 요청했는데 하지 않고 있다”며 “집배원이 죽어 나가는데도 노동부가 침묵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재갑 장관은 “집배원 과로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2017년 실태조사를 하고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구성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당시 2천명 인력충원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예산 삭감으로 불발됐다”며 “노동부 장관이라면 올해 추경에라도 (인력충원 규모를) 포함했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할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 장관이 “집배원의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특별근로감독 대상으로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답하자 신 의원은 “공무원이 특별근로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명시적 규정을 달라”며 “공무원도 근로자”라고 비판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집배원들이 극심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가적 대책 필요하다. 실태 파악을 통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노동부, 일자리 지원·노동시간단축 현장 안착 주력

노동부는 청년·신중년 등 취업취약계층과 고용위기지역에 대한 일자리 지원을 위해 1조3천928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냈다. 이재갑 장관은 “중소기업의 청년채용 촉진을 위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규모를 3만2천명으로 확대하겠다”며 “고용위기지역에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용안전망 확충과 직업훈련 지원 확대를 위해 구직급여 지원대상을 늘리고, 내일배움카드 지원 인원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현장 안착과 노동자 건강권 확보·산업재해 노동자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이 장관은 국회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에도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 중”이라며 “탄력근로제 개선 입법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의결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의견을 모은 여야는 현행 3개월인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데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열린 환노위 간사협의에서 선택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제 등 재계가 요구하는 세부사항을 추가하는 것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야당을 달랠 수 있는 양보안을 여당이 제시하지 않는 한 이번 임시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비쟁점법안 처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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