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갑질 감수성'은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 뿌리 깊은 '일 중심·집단주의 기업문화' 탓에 갑질을 하거나, 갑질을 당하고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19~55세)을 대상으로 6월27일~7월1일 직장갑질 실태와 직장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교수·변호사·공인노무사 등 12명의 전문가들이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를 종합해 30개 문항으로 만들어 직장갑질 지수를 개발했다. 만점인 100점에 가까울수록 직장내 행위가 갑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감수성이 높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의 갑질 감수성 지수는 평균 68.4점으로, 전체 5등급(A~F) 중 4등급(D등급)에 해당했다. 갑질 감수성이 가장 낮은 5개 항목은 △불시 퇴사시 책임 △업무능력 부족 권고사직 △시간외근무 △부당한 지시 △채용공고 과장 순이었다.

다수 직장인들이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그만둔 직원에게 책임을 따지거나 업무능력이 부족한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하는 것, 맡겨진 업무는 야근을 해서라도 끝내라고 지시하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겼다. 이 밖에도 휴일·명절 근무, 신입사원에 대한 위압적인 교육문화, 법정휴가 준수 문제, 휴일 체육대회·MT, 회식, 음주문화도 직장갑질 감수성이 낮은 항목에 포함됐다.

최혜인 공인노무사는 "사람보다는 일·회사·집단·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문화가 갑질 감수성 지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를 주문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3.4%에 불과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사회적으로 직장갑질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직장인 3분의 2가 법 시행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 온 괴롭힘(갑질)들이 앞으로는 위법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를 알고 싶으면 직장갑질 테스트 페이지(test-gabji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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