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는 친구 이아무개씨가 운영하는 기업에 자신의 아들이 응시한 사실을 이씨에게 알리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의 의례적인 부탁일까, 아니면 처벌을 받는 부당한 채용청탁일까.

채용과 관련해 누구든지 법령을 위반해 부당한 청탁·압력·강요 행위를 하거나 금전·물품·향응 또는 재산상 이익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17일부터 시행된다. 한 번 위반하면 과태료 1천500만원을, 두 번 이상 위반하면 3천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달리 채용절차법에는 ‘부당한 청탁’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의규정이 없다.

“내 아들 잘 부탁해” 부당한 청탁일까

16일 고용노동부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매뉴얼’에 따르면 '부당한 청탁'은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청탁금지법을 차용한 해석이다.

김씨가 채용절차에 개입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이 자격이 안되는데도 채용을 요구했다면 부당한 청탁이 된다. 반면 채용절차에 개입할 의도 없이 단순한 추천이나 정보만을 제공했다면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

이씨가 김씨의 말을 들은 뒤에도 내부 규정을 지키면서 채용심사를 하고, 김씨 아들이 합격했다면 김씨 행동은 부당청탁이 아니다.

노동부 매뉴얼에 의하면 채용절차법에서 명시한 청탁 행위자 ‘누구든지’는 청탁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청탁을 한 사람이다. 채용을 청탁한 사람, 지인의 부탁을 기업 채용담당자에 전달한 이들이 채용절차법상 처벌을 받는다. 청탁을 받고 채용서류나 점수를 조작한 채용담당자는 형법상 배임죄나 사문서위조죄로 처벌받게 된다.

노조 조합원 우선채용 “노동기본권” vs “채용 강요”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건설현장에서 노조 조합원 우선채용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행위가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개정된 채용절차법이 7월17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채용강요 등의 행위는 법에 따라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노조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는 노동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건설현장 채용문제에 채용절차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별도로 검토한 적은 없지만 신고가 들어온다면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용절차법은 ‘부당한 청탁·압력·강요 행위’와 관련해 “법률 위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법률은 형법·경범죄 처벌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직업안정법·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모든 법령을 뜻한다. 실제 건설노조가 조합원 우선채용이나 조합원 장비 사용을 요구한 행위에 형법상 강요죄 등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채용절차법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혼은 했나?” 질문도 금지

채용절차법에 따라 직무수행과 관계 없는 구직자 본인과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의 개인정보를 기초심사 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같은 신체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 학력·직업·재산 정보가 수집금지 대상이다. 한 번 어기면 과태료 300만원, 2회 위반하면 400만원, 3회 이상 위반하면 500만원을 부과한다.

채용자가 수집할 수 없는 출신 지역 정보는 출생지와 등록기준지(옛 본적지), 성년이 되기 이전의 주된 거주지다. 현재 거주지나 주민등록상 주소, 출신학교는 수집금지 대상이 아니다. 채용서류에 본인 확인을 위한 증명사진은 붙일 수 있다.

부채 정보는 자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수집금지 대상이다. 다만 청렴성이 요구되는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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