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배달대행업 시장은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다. 기술진보와 맞물려 신산업으로 불리며 주목받는다. 기회를 잡으려는 자본이 몰려든다. 시장 확장세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돈을 향한 경쟁이다. 밑바닥에는 노동자들이 있다. 고용은 불안하고 사고는 가깝다. 법은 사각지대를 메우기에는 너무나 구닥다리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급증하는 생활물류 수요에 대응해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가칭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도 들어 있다. 노동자들은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들의 제안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배달문화다. 세계적으로 음식을 비롯한 수많은 상품이 이렇게 배달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음식배달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면서 배달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직접 식당을 방문해야만 먹을 수 있었던 삼겹살이나 생선회 등을 배달하는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겨났고, 음식점이나 고급 레스토랑도 배달을 하면서 제조업이나 외식업의 보조적 역할로 존재하던 배달업이 산업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확장하는 배송서비스 시장이 정부의 규제와 감독 없이 방치돼 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무법지대인 시장에서 온갖 사업주의 갑질이 벌어진다. 수수료의 일방적인 책정, 다양한 중간착취, 실제 수수료를 속이는 백마진, 업체 임의로 콜(일감) 조정, 탈세 등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노동자의 처우 악화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기업 간 산업물류를 규율하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이륜차 배송서비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 법으로는 기초질서조차 세울 수 없다. 사업주의 자격 조건, 종사자 및 소비자 보호 조치, 세금 납부 의무 등이 기존 법체계로는 불명확해 각 경제주체 간 책임소재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등 정부와 연구기관이 ‘생활물류산업’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적 질서를 세우려는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다. 나아가 이를 법적으로 규율할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이 시급하다.

정부의 우선 과제는 지하경제로 존재하는 산업 내 거래를 공식화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해당 산업의 거래구조·수익구조·시장규모가 명확해져야 이를 토대로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물론 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통한 소비자 보호도 가능해진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으로 최소한 사업주와 종사자는 누구이며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부터 해야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등장으로 배송서비스 노동시장도 바뀌고 있다. 음식점 같은 경우 배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던 형태에서 배달대행업체에 위탁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사용자들은 배달노동자의 오토바이 구비·유지를 위한 비용 절감과 동시에 인건비나 4대 보험 등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도 수입이 더 괜찮고 잡일도 시키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있어서 배달대행업체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도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 배달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오토바이 리스·할부 계약에 대한 표준안 마련, 사고발생시 수리비 분담, 음식손상에 대한 책임 분담, 날씨 변동에 따른 대책 마련 등 배달노동자의 기본적인 처우를 보호할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도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적정보험료의 이륜차 보험 개발, 안전교육, 휴게시간·휴게공간 마련 등 노동환경 개선도 법적 지위가 분명해야 가능하다.

물류의 모세혈관을 담당하는 퀵서비스·배달노동자가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특유의 배달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륜서비스(퀵·배달) 시장을 더 이상 지하경제와 무법지대로 둬서는 안 된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도입해 장시간 노동과 노동재해, 수수료·프로그램비·보험료·벌금·출근비 등 중간착취가 일상화된 지하경제를 단속하고 양성화된 시장질서 확립 및 공정한 거래 관행 정착으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배송서비스시장에 법적 질서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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