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희망연대노조>

고용노동부가 팀장급 드라마제작 스태프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근로감독 결과를 지난 17일 내놓으면서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협의체’ 논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공동협의체는 지상파 방송 3사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언론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 노사가 올해 1월 구성했다.

공동협의체는 지난달 18일 "방송사와 제작사·종사자(스태프)는 계약시 ‘드라마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와 ‘드라마스태프 표준인건비기준’을 적용한다"고 합의했다. 드라마제작 현장마다 ‘종사자 협의체’를 운영한다. 노동계는 합의에 따라 노동부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동시녹음·조명팀 같은 기술 분야 팀장급 스태프도 표준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근로감독 결과 두고 노사 간 온도차"

공동협의체는 세부적인 표준근로계약서 내용과 표준인건비 기준 마련 시한을 올해 9월30일로 정했다. 이달 23일 합의 뒤 첫 회의를 연다. 정부 근로감독 결과 발표가 어떤 식으로든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동협의체 관계자는 "23일 회의에서 팀장급 스태프를 표준근로계약 작성 대상에 포함할지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사 간 온도차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정부 근로감독 결과를 두고 "드라마제작 현장의 진짜 사용자인 외주제작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날을 세웠다. 방송사 관계자는 "합의 당시 모든 팀장급 스태프에게 표준근로계약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명감독의 경우 전문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지 제작사의 직접 지시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영세한 업체(개인사업자)도 있지만 법인화된 기술 분야 업체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팀장급 스태프는 노동자"라고 주장한다. 팀장급 스태프 역시 제작사에서 출퇴근 지시를 받고, 일당으로 임금을 지급받는다는 근거를 댔다. 드라마제작 현장에서 연출감독(CP)이 최종 결정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팀장급 스태프가 업무에서 자율성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팀장급 스태프 대다수는 법인이 아닌 영세한 개인사업자인데 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팀장급 스태프는 별도로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개별 장비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다"며 "(노동자성 판별에 관한) 판례로 축적된 판단기준을 종합해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 제작환경 개선 막는 정부"

노사가 합심해 드라마 제작 현장을 개선하려고 애를 쓰는데 정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계약서 3종(근로·하도급·업무위탁)을 내놓고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은 스태프 개인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일하고 있는 기술 분야 팀장급 스태프들의 경우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하도급·업무위탁 계약을 맺어도 무방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문체부가 방송스태프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 사용지침을 발표했다"며 "방송제작 현장과 동떨어진 사용지침"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노동부가 노사의 개선 논의보다 후퇴한 판단을 내렸다"며 "팀장급 스태프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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