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옆자리 기자회견 기다리던 기자가 기웃거리자 기울어진 선전물을 세우려고 농성하던 사람이 바삐 움직였다. 그 아래 앉아 졸던 이의 머리가 자꾸만 기울었다. 맞잡은 손이 풀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 균형을 잡곤 했다. 오뚝이처럼 흔들거렸다. 폴리스라인이 세련되고 튼튼한 철제 구조물로 바뀌었다. 언젠가 시위 나선 사람들이 그 앞 담을 넘었다는 이유로 벽이 부쩍 높았다. 지키는 눈이 많았다. 시위대를 막기 위한 철제 펜스도 가지런히 인도에 누운 채로 상황을 대비했다. 그 틈틈이 이런저런 기자회견이 보도블록 좁은 틈 잡풀처럼 삐죽 솟았다. 무성했다. 최저임금 1만원 약속 파기를 규탄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그 앞을 줄줄이 찾았고, 떠났다. 노조 만들고 싸우다 잘린 사람들이 원주민처럼 거기 남아 복직 약속 이행, 오랜 구호를 읊었다. 기울어진 선전물을 바로 세웠다. 노동 3권, 헌법에 적힌 권리 보장을 만장에 새겨 바랐다. 폴리스라인에 기대어 스마트폰 속 새 소식을 살폈다. 종종 고개 돌려 뒤쪽을 살폈다. 담 넘어 국회에선 71주년 제헌절 행사가 열렸다.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우비가 안팎으로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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