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59)씨가 삼성에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은 지 22일로 50일을 맞았다. 서울 강남역사거리의 25미터 교통관제철탑 위 고공농성도 43일째다. 김씨의 고공농성과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시민사회 원로들이 빠른 사태 해결을 주문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함세웅 신부 등은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은 해고노동자 김용희에게 지금 당장 사죄하고 (김용희를) 복직시켜야 한다"며 "삼성 해고자 문제 해결에 청와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에는 시민사회 원로 175명과 74개 단체가 연명했다.

김용희씨는 1982년 삼성정밀주식회사 시계사업부에 입사했지만 90년 삼성그룹 경남지역노조 설립 준비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하다 91년 해고됐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김씨는 노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폭행을 당하고 간첩 누명을 쓰기도 했다.

백기완 소장은 "한 노동자의 싸움이 이 땅의 기본적인 모순과의 싸움으로 집약돼 있다"며 "만약 노동자 김용희가 싸우다가 죽으면 그때 삼성은 해체돼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고공 단식농성이 길어지면서 김씨의 건강상태는 악화하고 있다. 김씨 주치의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김용희씨가 계신 곳은 난간이 낮은 데다 워낙 흔들림이 심해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일어날 때 기립성 저혈압이나 저혈당 쇼크가 오면 끔찍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현재 주치의 접견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 마지막으로 김씨를 접견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김용희씨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삼성에 대한 분노"라며 "분노가 행여 다른 심리상태로 옮겨 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삼성 이재용(부회장)이 지금 당장 김용희 동지가 올라가 있는 데로 가서 넙죽 엎드리고 뉘우침을 표시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하나도 없다"며 "처참한 죽음이 일어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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