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파업·농성을 했던 노조에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대량징계에 나섰다.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쌍용차 77일 옥쇄파업 이후 노동자들은 수년에 걸친 회사·국가의 손배 소송과 가압류로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받았다. 노조와 함께 물적분할 반대 행보를 취하고 있는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현대중공업에 "보복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이유다.

회사, 손해배상 청구액 92억원까지 늘릴 듯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중단과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해결 촉구 울산지역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울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적반하장 격으로 손배·가압류를 앞세워 보복조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울산지역대책위는 "현재 불법 날치기 주주총회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주주총회 무효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사측이 위법 여부와 피해가 확실하지도 않은 주총장 검거·생산 방해 등을 내세워 손배 소송을 하고 개인과 노조를 압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박근태)를 상대로 30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다. 추후 손해액이 입증되는 대로 청구액을 92억원까지 늘려 간다는 방침이다. 소송에 앞서 채권 확보를 위해 지부와 간부들을 상대로 법원에서 예금 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아 냈다.

대량징계도 하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조합원은 1천355명이다. 이 중 695명은 출근정지·감봉·정직 등 징계가 확정됐다. 4명은 해고됐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현황까지 취합되면 징계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태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간부와 조합원 117명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77일의 쌍용차 옥쇄파업 과정에서 국가와 회사가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취했던 행보와 판박이다. 당시 회사와 정부·경찰·메리츠화재는 파업·농성으로 인한 업무손실과 경찰 장비 손상·피해를 이유로 금속노조와 파업 참가 조합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구상권·가압류 등 1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ILO "파업 본질은 업무에 지장 주고 손해 발생시키는 것"

노조의 파업 때마다 연례행사 같은 회사의 손배 청구와 가압류 남용은 노조를 무력화하고 투쟁 의지를 꺾기 위한 의도로 진행된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손해배상과 가압류 남용은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6월 이사회 보고서에서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권고했다.

울산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배·가압류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출신 송철호 울산시장은 (현대중공업 사태에) 답해야 한다"며 "사회적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당한 손배·가압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지부가 사측 고소·고발 등 소송비용과 징계 조합원 생계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한 조합비 인상은 23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지부가 기본급의 1.2%(2만2천182원)로 책정된 조합비를 통상임금의 1%(3만8천554원)로 인상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는데,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현장 생산직 기장급까지 조합원 범위를 확대하는 안건은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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