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비가 내리면 헬멧에 우비까지 입고 배달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 정막 죽을 맛이에요. 얼마 전 오토바이 온도를 쟀더니 섭씨 42도가 나왔어요. 헬멧 속에서 느끼는 얼굴 열기는 그보다 더하죠. 한증막이 따로 없어요."

비가 온 직후라 바람이 선선했다. 하지만 1시간째 헬멧을 쓰고 있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는 맥도날드와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노동자로 일한다. 박 위원장은 "비가 오거나 더위가 극심할 때 배달은 오히려 늘어난다"며 "(이를 무시하고) 쉬엄쉬엄 일하기에는 배달료가 너무 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더유니온과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더들이 무더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일하려면 안전배달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사람들은 라이더들에게)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 돈 많이 벌면 좋지 않냐고 말한다"며 "그러다 보면 장시간 노동 늪에 빠져 폭염·한파에 놓이고 자신의 몸을 돌볼 여력이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안전배달료로 요구하는 배달수수료는 한 건당 4천원 정도다. 배달노동자가 한 시간에 서너 건만 배달해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휴식권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는 배달노동자는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업무를 대리한다. 건당 수수료가 그들의 수입이다. 건당 수수료는 적게는 2천500원에서 많게는 3천200원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오토바이 대여료와 보험료 같은 비용을 감안하면 1시간에 6~8건을 배달해야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여름마다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내놓는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하라는 내용이다. 기온이 38도가 넘으면 옥외작업을 자제해야 한다. 물론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모호한 배달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적절한 수분섭취와 휴식을 하라고 열심히 홍보하지만 라이더들은 고용조건과 노동조건상 집단 수분공급이나 휴식이 어렵다"며 "(배달노동자의) 수분섭취와 휴식은 스스로 노동조건을 통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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