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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기사승인 2019.07.30  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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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 소설로 본 록과 재즈의 역사

초판 발행 : 2019년 7월 5일

펴낸곳 : (주)매일노동뉴스

글쓴이 : 조혁신

ISBN : 978-89-97205-48-6(03810)

가격 : 13,000원

페이지 : 336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편집자의 말

원고를 본 순간 당황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노동전문출판사인데? 곧 결심했다. 텍스트에만 집중하자고. 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잘 모른다. 록과 재즈, 클래식은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소설이 ‘보이면 읽고’ 음악이 ‘들리면 듣는’ 수준이다.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은 생경했다.

노동서적과 사회과학서적을 발간하는 ‘노동출판사’로 자리매김한 매일노동뉴스에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직전에 내놓은 책이 <필라델피아 정신>(알랭 쉬피오 지음, 박제성 옮김)이었으니 말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을 노동법과 노동철학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시장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정의를 복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필라델피아 정신>과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전작과 후작은 글의 구성과 서술 방식, 내용 등 모든 면에서 결이 달랐다.

저자는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을 운영했다. 손님들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소설 속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술과 안주는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왔다. 저자는 ‘소설・음악 해설사’ 역할을 기꺼이 떠맡았다. 이유는 단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은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에서 나눈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 책이다.

보름 만에 찾아온 놀라운 변화와 새로운 경험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텍스트를 들여다본 지 보름쯤 지났을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 엘비스 프레슬리의 <굿 럭 참>을, 비치 보이스의 <펫 사운즈> 음반을, 로버트 존슨의 <크로스로드 블루스>를 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음원사이트를 뒤져 가며 배드핑거의 <위드아웃 유>를, 데이브 브루벡의 <테이크 파이브>를, 스탠 게츠 밴드의 <걸 프롬 이파네마>를, 비틀스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음반을 들었다. 또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존 레넌의 <노르웨이의 숲>, 밥 딜런의 <블로윈 인 더 윈드> 유튜브 영상을 여러 번 봤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더 리버>는 서른 번 넘게 들었던 것 같다.

놀라운 변화였다. ‘음악 귀차니즘’의 대명사인 내가 소설 속 음악을 하나하나 찾아 들었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에 나오는 지문과 저자의 해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록과 재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저자 말대로 “감정이 정화되고 증폭되는 속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더 도어스의 짐 모리슨, 밥 딜런, 듀크 엘링턴, 존 레넌의 음악에 심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인공에게 이입한다. “밥 딜런의 음악과 도어스의 음악은 누구와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다”라고.

풍성하고 윤택한 삶을 지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매일노동뉴스 초대발행인이자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고 노회찬 의원은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할 줄 아는 나라”를 꿈꿨다. 당신 스스로 첼로를 연주했다. 음악이 물결처럼 흘러넘치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지 않았을까. 악기는 인간과 음악을 이어 주는 매개체다. 음악은 정서적으로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에서 록과 재즈, 클래식을 적절하게 등장시킨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피터 캣’이라는 재즈 바를 운영해서인지 소설 곳곳에 재즈 감성이 흐른다. 요절한 록 스타 버디 홀리와 짐 모리슨에 대한 안타까움, 존 레넌을 향한 헌사가 소설에 버무려져 있다.

클래식과 록 음악 비중도 높다. 저자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14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은 332곡이다. 그중 클래식이 106곡, 팝과 록이 116곡이다. 저자의 바람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 책을 쓸 때만큼이나 당신도 이 책을 즐겁게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록과 재즈의 세계로 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을 연 목적은 무엇보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다. 하루키의 소설을 매개로 우리가 살아가는 한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의 소소한 재미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신문사 기자 출신인 저자의 분석력과 내공, 노동현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한 경험이 묻어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에서 담아낸 주제와 철학에 대한 통찰을 공들여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에서 제시한 ‘선과 악의 모호함’ ‘인간에 대한 증오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초기작들을 제외한 자신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탐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의 세계, 현실 노동자들의 세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일갈한다. “다행히도 하늘에는 하나의 달이 떠 있었어”라고 안도하면서.

주제가 좀 무겁다 싶을 땐 가볍고 흥미를 끌 만한 상식을 알려 준다. 다소 낯 뜨거운 로큰롤의 유래부터 트럭 운전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4달러 오디션, 일본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전공투), 젊은 나이에 요절한 ‘27세 클럽’ 스타들, 비틀스로 상징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 한국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참상을 알린 <오월가>의 원곡인 미셸 폴나레프의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교차로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천재 기타 연주자 로버트 존슨, <서머타임>을 부른 재니스 조플린의 안타까운 삶, 배드핑거 매니저의 배신,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라이브 에이드 관련 정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독자들이 예상하듯이 모든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로 수렴한다.

저자는 “문학평론가도 음악평론가도 아니다”라고 자신을 낮췄지만 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평론가이자 록・재즈・클래식 평론가로 그를 받아들였다. 자신의 글을 읽은 사람이 음원사이트나 유튜브에서 음악을 찾고 싶도록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이 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음악에 대한 감상이 녹아 있다. 저자만의 방식으로 록과 재즈의 역사를 요약한 노트이자, 독자들을 록과 재즈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안내서다.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이제 록과 재즈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내 삶은 보다 풍성하고 윤택할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출판사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등장 음악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

“세상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고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듣는 데에는 자신만의 양식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의 말처럼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다룬 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 책만큼 하루키 소설과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책은 전무후무하다.

예컨대 하루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1Q84>를 이끌어 가는 음악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일본에도 없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지은이의 생각은 다르다. 지은이는 <1Q84>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소녀 후카에리가 주인공 덴고의 아파트에서 롤링 스톤스의 초창기 리더 브라이언 존스가 만든 <레이디 제인>을 듣는 장면을 <1Q84>에 숨겨진 명장면으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를 메인 테마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마력을 지닌 인물인 후카에리는 브라이언 존스의 <레이디 제인>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거야. 조용히 두 눈을 감고 <레이디 제인>을 듣고 있으면 후카에리가 마법의 향기처럼, 주문처럼, 최면술처럼 의식 속으로 스며들어 오는 느낌이 들어.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 브라이언 존스는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마법의 소리로 <레이디 제인>을 호명했던 거야. 마치 먼 훗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내가 소설에서 후카에리라는 소녀를 호명할 것을 예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야.”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을 펼쳐 놓으며 독자들이 소설 텍스트에서 찾아낼 수 없었던 주인공의 섬세한 성격을 재발견하도록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로 재구성한 록과 재즈의 역사

이 책은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록과 재즈를 소개하고 소설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록과 재즈의 음악사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이 책은 록과 재즈의 음악사다. 특히 록의 전성기를 이뤘던 1960년대와 70년대의 록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재즈에 입문할 수 있도록 재즈의 역사적 순간마다 한 획을 그었던 재즈 음악인들의 음악을 살펴본다.

음악사를 다뤘다고 해서 딱딱한 역사책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각 장마다 소설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록과 재즈 음악사를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비치 보이스와 비틀스, 롤링 스톤스, 짐 모리슨,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록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인들을 소개한다. 루이 암스트롱과 시드니 베셰, 레스터 영,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게리 멀리건, 쳇 베이커 등 재즈사를 수놓았던 수많은 별들과 그들의 음악을 해설한다.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빠지지 않는다. 익숙한 에피소드들이지만 지은이의 스토리텔링으로 조미료가 뿌려진 에피소드들은 새로운 풍미로 독자들의 식욕을 돋운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다루는 음악은 모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이다. 록과 재즈만이 아니라 하루키 소설을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음악인 클래식 곡들에 대한 감상도 빠짐없이 소개한다.

“만약 그곳에서 내가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을 들을 수 있었다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농성장의 밤을 지킬 수 있었을 거야. <조화의 영감>은 차갑고 규범적인 음악이지만 그 규범적인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현실에서의 격렬한 감정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리거든. 비록 농성장에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도,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도 없었지만 새벽 여명이 밝아오면서 춥고 두려웠던 그 긴 밤은 자취를 감췄고 안도감과 행복감이 밀려왔어. 따스한 한줄기 빛을 맞이하며 나는 우리가 사는 야만의 한 시대 중에서 하루를 이겨 냈다는 자부심을 가슴속에 새길 수 있었지.” (본문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대한 새로운 안내서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가장 감성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방식의 하루키 소설 안내서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하루키 소설의 숨겨진 매력에 흠뻑 젖어 들고 만다. 스포일러 염려는 내려놓으시라! 이 책은 시종일관 소설의 큰 줄거리를 전혀 노출하지 않은 채, 하루키의 열성적인 독자와 하루키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하루키 소설의 숨겨진 재미만을 조목조목 찾아 감질나게 전달한다.

하루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자 가장 유명한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비틀즈의 리더 존 레넌의 삶과 비틀스의 동명의 곡 <노르웨이의 숲>과 비교해 해석하는 대목은 무릎을 탁 칠 만큼 기발하다. 지은이는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흐르는 정서와 이야기 줄거리, 주인공 와타나베와 나오코, 미도리가 엮어 내는 사랑의 테마가 모두 존 레넌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뿌리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시대를 격정적으로 살아 낸 노동자 출신 작가의 감성 에세이

세계적인 인기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독자층은 매우 두텁다. 일각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탈정치적이며 사변적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지은이는 하루키의 탈정치적인 이야기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찾아내고, 사변적인 이야기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기억은 물론 집단의 기억까지 끄집어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탐독하던 시기인 1990년 초반에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징집을 기피한 채 공장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했던 학교 선배와 동료들이 학교로 돌아오거나 군대에 입대하는 걸 목격했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비록 짧은 순간일지언정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쳐 살아왔던 그들에게 한줄기 바람처럼 위로가 됐으면 그걸로 족한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참된 가치는 위로와 위안에 있는 게 아닐까.”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의 주인공 유키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헝그리 하트>를 듣는 장면에서 지은이가 노동자로 노동운동가로 살아왔던 시기를 추억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1Q84>을 읽으며 지은이가 경험했던 우리 사회의 억압과 비인간적인 체제를 감성적인 언어로 들려준다.

“가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더 리버>를 들으며 노랫말 속 주인공의 꿈과 좌절, 분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하게 되고 아이 아빠가 되는 십 대 노동자 청년의 삶을 들어. 그는 집도 자동차도 재산도 없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것뿐이었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랫말처럼 나 역시도 그런 삶을 살고 있어. 그리고 그가 세상에서 받은 선물이라곤 사랑하는 아내와 노동조합 카드가 전부였어. 세월이 흘러 사랑이 퇴색해 가고 꿈도 잃어버렸지. 그러고 나서 그는 옛꿈을 떠올리며 메마른 강을 따라 걸어가지. 메마른 강을 따라 걷는 것, 그것이 전부야.” (본문 중에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나는 거시적 서사 속에서 젊은 날을 허둥거리며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어. 과거에 나는 예컨대 밤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의 불빛을 보면 노동자들의 거칠고 고달픈 삶을 먼저 떠올렸던 존재였지. 그들의 삶을 바윗돌처럼 찍어 누르고 있는 모순에 대해 생각했지. 그리고 노동자들의 삶에 대립하는 모든 적대적인 사물의 멱살을 틀어쥐려 했어. 전투경찰과 경찰차에 돌을 던지기도 했고, 테러리스트가 돼 재벌기업의 영업소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어. 막노동판을 기웃거렸고, 어렵게 잡은 직장에선 노동조합 활동으로 고초를 겪었지. 나이가 들어선 건설현장에서 미래가 없는 노동을 했지. 과연 이런 삶이 거시적 서사일까? 나는 씁쓸하지만 내 지난 삶을 곱씹어야 했지.”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들으며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치유하고 있다. 지은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상처투성이 영혼을 위무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삼았던 것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픈 역사

지은이는 제주도에서 노동을 하며 이 책을 썼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픈 역사가 알알이 새겨져 있다. 지은이는 하루키의 소설 <태엽 감는 새>를 읽는 대목에서 제주4・3을 떠올린다. <태엽 감는 새>는 하루키 소설의 주제가 미시적 세계에서 거시적 세계관으로 옮겨 가는 전환점이 되는 소설로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잔혹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제주4・3을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제주도의 역사와 상처를 대면하지 않고서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한라산에 오르며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었어. 숲을 벗어나 초지로 올라가자 까마귀 소리는 사라졌어. 오로지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지. 그리고 1,800고지에서 까마귀들을 봤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까마귀는 훨씬 크고 아름다운 동물이었어. (중략) 제주도로 여행을 온다면 한라산의 검은 까마귀를 꼭 만나야 할 거야. 학살을 지켜본 까마귀의 검은 눈동자와 희생자의 육신을 하늘로 실어 보낸 날갯짓을 봐야 해.

누군가가 우리 곁에 있다면 살육과 야만의 한 시대에서 인간애를 잃지 않고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야 해. 노래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반드시 진혼곡을 불러야 할 거야.” (본문 중에서)

 

▶ 작가의 말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은 하루키 소설과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만남의 자리다. 일종의 ‘기획 다방’으로 보면 된다. 내 삶에 실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곳에서 음악을 듣는다. 닳아빠진 책 표지 같은 재즈와 녹슨 칼 같은 록을 듣는다. 음악이라는 낡고 텁텁한 공기를 마신다. 존 레넌과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듣는다. 레스터 영과 텔로니어스 멍크, 마일스 데이비스를 듣는다.

탁자 위에는 체 게바라의 초상화가 그려진 머그컵이 놓여 있다. 찌그러진 담뱃갑과 어디선가 굴러 들어온 일회용 라이터가 있다. 건너편 바 카운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은 사내가 커피를 내린다. 사내의 어깨 너머로 오래된 레코드들이 숨을 죽인 채 도열해 있다. 레코드 수납장 맨 위에 한대수의 사진이 놓여 있다. 카운터 옆에 공중전화기가 서 있다. 고물 오디오가 있다. 아주 이따금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찢어진 스피커가 있다. 턴테이블이 무딘 바늘을 뻗고 납작 엎드려 있다. 에곤 실레의 벌거벗은 소녀 그림도 걸려 있다.

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 채 글을 쓴다. 학생들이 쓰다 버린 노트에, 이면지에, 메모지에 볼펜으로 무엇인가를 긁적인다. 프루스트의 말처럼 상상이란 없다. 단지 기억만으로 여백을 채워 넣을 뿐이다.

 

음악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조각난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춘다. 퍼즐은 록의 역사가 되고 재즈의 역사가 된다. 어느덧 여백은 채워지고 퍼즐은 완성된다. 그것은 개인의 기억이자 집단의 기억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대한 서평이자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감상이다. 록과 재즈의 역사를 요약한 노트이자, 독자들을 록과 재즈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안내서다. 내 삶의 자전적 기록이다. 나는 문학평론가도 음악평론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과 다르게 오로지 나만의 방식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감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에는 1960년대의 아련한 꿈이 있고 70년대의 자유정신과 80년대의 억압이 있다. 90년대의 좌절과 2000년대의 환멸이 상존한다. 꿈과 억압, 좌절과 환멸의 한복판에는 어김없이 음악이 가로지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어둡거나 무겁거나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시간 내내 음악을 들으며 나는 들뜬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감정을 정화시키거나 증폭시키지 않는가.

내가 이 책을 쓸 때만큼이나 당신도 이 책을 즐겁게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록과 재즈의 세계로 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조혁신은 2000년 계간 <작가들>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소설집 <뒤집기 한 판> <삼류가 간다>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를 발표했다. 젊은 날을 노동현장에서 보냈으며 이후 언론인으로 살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 지부장을 맡으며 언론 노동운동을 했다. 언론사를 그만둔 후 건설현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했다. 현재 한라산 숲속 일터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음악강좌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을 진행했다.

출판팀 bo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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