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상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대의원

일진다이아몬드는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소재한 기업으로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업체다. 전 세계 부품·소재 기업들이 절삭·가공 용도로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널리 사용하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도 일진다이아몬드는 불황을 몰랐다. 최근 3년간만 보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돌 만큼 잘나가는 우량기업이 바로 일진다이아몬드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든 이유

하지만 매년 흑자행진을 이어 갈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인데도 회사 발전에 이바지한 직원에 대한 대우는 항상 밑바닥을 맴돌았다. 사측은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응해 2016년 상여금 200%를 능률향상수당으로 변경한 뒤 기본급에 산입했고, 2018년 또다시 상여금 200%를 녹여 기본급에 산입하는 꼼수를 저질렀다. 이 밖에도 각종 복리후생을 일방적으로 없애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자행했다. 그 결과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5년째 임금동결 상황을 눈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필자는 입사 10년차로 올해 5월까지 급여명세서상 최저시급 8천350원을 수령했으며, 6월 들어 사측이 시급을 10원 인상해 8천360원을 받으면서 주야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빼앗긴 상여금 400%를 되찾고 사측의 일방통행식 노동탄압을 종식시키기 위해 현장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2월29일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를 설립하게 됐다.

책임 회피하며 사태 악화시키는 일진그룹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들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며 일진그룹에 맞선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벌써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을 훌쩍 넘어섰고, 그새 단체교섭도 22차례 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만들어 잘된 회사 못 봤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회사가 경쟁사에 밀리고, 고객사들이 떨어져 나간다”는 말과 함께 조합원의 72%를 협정근로자로 지정하자며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섭 중에도 진정성 있는 안을 내놓지는 않고, 사내에 감시카메라만 40대를 증설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정말 이곳이 회사인지 교도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에 더해 사측은 노동조합의 쟁의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불법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생산에 투입하기까지 했다. 각종 유해화학물질이 넘쳐 나는 공정에 관리직과 아르바이트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사측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일진다이아몬드 대표이사와 공장장·안전보건관리자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에 고발했다. 충주지청도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는지 해당 공정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곧바로 무기한 휴업 조치로 응수했다.

연대만이 자본의 폭주를 멈출 수 있다

노동자들이 당장의 임금 손실과 농성의 고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면파업에 나섰지만 사측은 여전히 관심 없다는 투로 일관하고 있다. 그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버티고 있으면, 장기투쟁에 지친 노동자들이 알아서 나가떨어지겠거니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더욱 강하고 질기게 싸우려고 한다.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동조합의 존재를 한사코 부정하는 오만함을 꺾고, 노동자 존엄과 권리가 보장받는 일터를 꼭 만들고 싶다. 일진그룹의 노동탄압에 강력한 경고를,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를 보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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