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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인가 발효실인가] 파리바게뜨 제빵·카페기사들의 '극한직업'

기사승인 2019.08.1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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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료 많이 나온다" 에어컨 가동도 점주 ‘눈치’

   
▲ 파리바게뜨지회
"넘 더워서 도우컨(도우컨디셔너) 냉동으로 해 놓고 머리 박고 들어가 있었어요. 냉동실 성에 좀 떼서 만지고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박아무개 기사가 사진으로 찍은 주방 온도계는 섭씨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박씨는 "에어컨이 주방에 있는데 고장 나서 못 틀고 있고, 사장님은 안 고쳐 준다"며 "주방이 아니라 발효실"이라고 말했다.

장아무개 기사는 "저희 사모님(점주)은 매장 에어컨을 27도로 설정해 놓고 에어컨 리모컨을 집으로 가져간다"며 "(너무 더워서) 제가 무슨 짓까지 했냐면 리모컨을 하나 구입해 몰래 온도를 낮추고 퇴근 전에 다시 올려놓고 간다"고 털어놨다. 장씨는 36도가 찍힌 온도계 사진을 찍어 보냈다.

오아무개 기사는 42도를 가리키는 온도계 사진 한 장과 한 문장을 보냈다. "죽으라는 건지…."

"전기료 많이 나온다" 점주 눈치에 에어컨 못 틀어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가 최근 제빵·카페기사들을 대상으로 웃지 못할 콘테스트를 했다. 이름하여 '말복맞이 무더위 콘테스트'. 누가 더 더운 주방에서 '짠내 나게' 일하는지 겨뤘다. 임종린 지회장은 콘테스트에 자신의 매장 사례를 보내 당첨된 박씨와 장씨, 오씨 등 8명의 제빵·카페기사들에게 11일 말복을 맞아 '치킨 먹고 기운 내라'는 의미에서 '치킨 기프티콘'을 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기사,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카페기사들이 여름철 적절한 냉방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공간에서 고통받고 있다.

여름철 냉방 문제는 파리바게뜨 매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회에 따르면 매장에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노후화돼 찬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혹은 고온·고열 작업장에 맞지 않는 작은 용량의 가정용 에어컨이 설치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점주 허락 없이 에어컨을 켜지 못하거나 에어컨 가동시간을 제한받기도 한다. 제빵·카페기사들이 지회에 보낸 제보를 보면 "전기료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점주가 에어컨을 틀어 주지 않는다는 토로가 가장 많았다. 한 제빵기사는 "빵 만들 때가 제일 더운데 점주님이 '에어컨과 오븐을 동시에 켜면 전기료가 많이 나오니까 빨리 빵을 끝내라. 그래야 에어컨을 틀 수 있다'고 닦달한다"고 토로했다.

임 지회장은 "제빵기사들은 등 뒤로 200도가 넘는 뜨거운 오븐을 두고 일하고, 카페기사는 좁은 자리에서 머신·냉장고·냉동고에서 나오는 열기를 맞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30~35도가 넘어가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 특성상 기사들의 체감온도는 그보다 높다. 지난해 여름 한 매장에서 일하던 기사가 근무 중 고열로 실신한 적이 있었다. 임 지회장은 "피비파트너즈는 '에어컨은 가맹점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지회가 여름철 주방온도 등 근무환경에 문제제기를 하자 피비파트너즈는 공문을 통해 "6월 3천여개점을 조사해 냉방기 미설치, 장비 고장, 온도 이상을 보이는 가맹점을 발견하고 원인분석 및 개선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가맹점 냉방기는 정상운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지회 관계자는 "에어컨 정상운용이 가능해도 점주들이 에어컨을 안 틀면 어쩔 것이냐"고 반문했다. 피비파트너즈 관계자는 지회에 "가맹점포는 점주 것이라서 도급계약상 근무환경 개선을 권고할 뿐 강제할 순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복인지 땀복인지…

문제는 냉방장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제빵·카페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위생복(근무복)도 기사들을 '열 받게' 만든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위생복은 신축성이 없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두꺼운 소재로 만들어져 기사들의 겨드랑이와 등판은 늘 땀에 젖어 있다. 여름철에 입는 하복 위생복인데도 동복 위생복과 팔 길이만 다를 뿐 재질이 똑같아 '땀복'이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한 기사는 "위생복이 거의 에코백 재질"이라고 말했다.

지회는 지난달 조합원들을 상대로 회사 위생복과 최대한 디자인은 같되, 얇은 재질로 만든 사제 위생복 공동구매를 추진했지만 회사가 단체협약 위반과 상표권 위반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작업복 재질과 디자인은 교섭대표노조(피비파트너즈노조)와 협의해 결정하며, 사제 근무복 착용은 가맹본부의 상표권과 회사 노무지휘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한편 회사는 최근 피비파트너즈노조와 동복 근무복 개선을 논의했다. 쿨링·스판소재가 함유되고, 물빠짐·착색이 개선된 동복 근무복이 지급될 예정이다. 임종린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 위생복에 대한 기사들의 수백건의 고충과 건의사항이 있었는데도 묵묵부답이던 회사가 지회 자구책에 대해 단협 위반과 노무지휘권 위반을 얘기해 유감스럽다"며 "당장 시급한 하복 위생복부터 냉방장치까지 기사들의 노동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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