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올해 5월7일부터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14일이면 100일째가 된다.<최나영 기자>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직접고용되면 용역회사가 아닌 병원과 교섭을 하게 되는 만큼 처우개선 요구를 하기에 수월하고, 급여나 복지혜택·안전장비 지급 등의 부분에서 정규직과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대병원 본원과 강남센터·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파견·용역노동자는 682명이다. 이 중 청소노동자는 본관 181명을 포함해 272명이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직접고용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데, 자회사 전환을 주장하는 사측과 이에 반대하는 노조측 주장이 엇갈려 있다.

김진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자회사는 서울대병원에서 만든 또 다른 용역회사”라며 “자회사로 전환되면 용역회사와 교섭을 했듯 또다시 원청이 아닌 자회사와 교섭을 하게 되고, 원청 정규직과의 차별해소를 요구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이달 24일 열린다. 이연순 지부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장은 “올해 6월 새 병원장이 취임한 이후 사측이 웬만하면 이달 안으로는 간접고용 문제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24일 교섭에서 사측이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분회는 대규모 장기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가 속한 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민주일반연맹은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간다. 의료연대본부는 12일로 98일째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병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율은 5%에 불과하다. 전국 15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곳은 강릉원주대치과병원·부산대치과병원·양산부산대병원 3곳뿐이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다른 국립대병원 정규직화의 기준점처럼 여겨진다”며 “국립대병원 중에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의 큰 틀을 만들어 놓고도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하는 것을 보고 난 뒤 비슷한 수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식으로 눈치를 보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