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8·15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광복 74주년을 맞은 15일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와 "NO 아베"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일본이 촉발한 한일 무역갈등과 역사수정주의에 기반한 아베 정권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일 무역갈등을 핑계로 국내 노동법 개악을 경계하는 시민들도 상당했다.

"일본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막자"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민주노총 주최 8·15 전국노동자대회와 8·15 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민족통일대회·평화손잡기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제대로 된 적폐청산 없이는 자주국가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형식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빗줄기가 오락가락한 궂은 날씨에도 광장을 메운 5천여명의 노동자들은 역사 바로 세우기와 수구세력에 맞선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일본의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에 맞서 민중과 함께 행동하자"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전면파기를 이뤄 내고, 전쟁과 분단의 찌꺼기로 기득권을 누려 온 '토착왜구'를 심판하고, 노동자 민중에 고통을 전가하려는 각종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에서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여해 아베 정부를 규탄했다. 후지모토 야스나리 일본 평화포럼 대표는 "아베 정권은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고 미국 트럼프 정권과 함께 동아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베 정권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패권주의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과 연대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통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 일본대사관쪽으로 행진하며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 '반 아베' 1인 시위"
"일본 무역규제 틈탄 노동개악 반대"


이날 대회에서 만난 노동자·시민들은 생활 속 '반 아베' 실천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인 김아무개씨는 "일본제품을 끊었다"며 특정 소주브랜드를 지칭하곤 "술집에 가서도 절대 안 시킨다"고 귀띔했다. 일본 주류업체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뒤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 용산구 주민인 김은희씨는 "일본의 경제침략에 화가 나 이달 1일부터 주민들과 함께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평화경제를 이뤄 내자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지지하고 반드시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여당발 대책에 노동 분야 규제완화 내용이 포함되는 등 노동개악 움직임을 우려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황동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대창에서 일하는 장아무개씨는 "정치권에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시간 규제를 풀려고 하는 게 눈에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고, 신송식품 노동자 이형석씨는 "일본 무역규제를 틈타 은근슬쩍 노동개악을 하려는 건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본 경제보복 상황과 사업장 임금·단체교섭을 연계시키며,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위축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최근 하언태 부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전 국민적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모처럼 '국산차를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임금인상 등으로 파업을 한다면 '현대차 구성원이 고개를 들고 다닐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파업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회사가 아무런 노력 없이 파업 자제만 외친다면 (파업)결단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