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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시행 15년] 이주노동자들 “사업장 이동할 자유 달라”

기사승인 2019.08.1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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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이주노동자대회 개최 … “미등록 노동자 단속에 죽고 다쳐, 노동조건 나빠도 참을 수밖에”

   
▲ 최나영 기자

“Free job change! No EPS! Yes WPS!"

자립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전자음에 맞춰 이렇게 외치자 노조조끼를 입고 앉아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손을 높이 들었다. EPS는 고용허가제를, WPS는 고용허가제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뜻한다. 음악이 계속되며 흥이 오르자 이주노동자들은 하나둘 일어서서 한쪽 손을 들고 전자음에 맞춰 환호하며 뛰었다. 연두·빨간·노란·하늘색으로 물든 알록달록한 모자에 황금빛 겉옷을 입은 야마가타 트윅스터도 열기에 힘입어 건물 앞 간판에까지 훌쩍 올라가 몸을 흔들었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가 순식간에 전자음악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고용허가제는 노예의 고리이자 시작”

18일 오후 서울시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강제노동 15년, 사업장 이동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는 이주노조와 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경기이주공대위가 함께 주최했다. 서울·경기 일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200명가량이 휴일을 이용해 집회에 참석했다.

결의대회는 17일로 15년째를 맞은 고용허가제(EPS)가 주제였다. 이주노동자들 평가는 박했다. 이율도 이주노조 활동가는 “고용허가제는 노예의 고리이자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사업장 이동·재고용·이탈 신고를 비롯한 대부분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일을 그만두거나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증언했다. 1년 전 한국에 왔다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저수민씨는 “숙식비 강제 징수와 임금체불을 겪었다. 심한 폭언과 육체적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우울증에 걸려 밥도 못 먹게 됐다”고 토로했다. 농장주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고 싶다”는 그에게 “(사업장 이동에) 서명해 줄 수 없으니 가고 싶으면 그냥 가라고 했다”고 했다.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동할 경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노동조건이 열악해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 직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았습니다. 나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있게 해야 이주노동자들이 지옥 같은 노동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각종 산재사고에 이주노동자 등장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한다는 증거”


고용허가제로 미등록 상태가 된 이주노동자들은 정부 단속을 당하는 과정에서 다치고 숨지기도 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아파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강제노동을 하게 된다”며 “강제노동을 견디지 못해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데, 이런 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법무부에 있다고 했지만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는 지난해 8월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단속 과정에서 추락해 같은해 9월 숨졌다. 인권위는 올해 1월 직권조사 뒤 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일부 불수용 의사를 회신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삼척 차량전복 사고, 목동 저류시설 사망사건 등 각종 산재사고 명단에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곳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하면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하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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