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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

기사승인 2019.08.2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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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지난 4월3일 출범한 후 4개월에 걸쳐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무려 715쪽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여덟 글자의 위원회 명칭에 담긴 과제를 풀기 위해 짧지만은 않은 시간 동안 조사위원들은 최선을 다했다. 16명의 조사위원과 30명이 넘는 자문위원이 참여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진상조사였다. 진상조사는 크게 구조·고용·인권 분야, 안전·보건·기술 분야, 법·제도 개선 분야로, 세 분야는 다시 1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는데 분야별 상당한 성과를 도출했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연재가 필요해 보인다. 본 글에서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기술하는 데에 한정하기로 한다.

필자는 특별조사위 간사로 참여를 요청받았을 당시 조사범위의 방대함과 사건의 엄중함 때문에 몇 번이나 망설여야 했다. ‘과연 정부 통제하에 있는 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중대재해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까’ ‘안전시설 미비와 같이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원인이 아니라 그 표피적인 원인을 결정한 진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 김용균의 어머니가 보여 준 눈물겨운 투쟁은 특별조사위 참여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경주에서 서울과 화력발전소 현장을 오가는 바쁜 일정이 시작됐다. 법률사무소 일은 부득이 뒤로 미뤄 둬야 했다.

왜 벨트컨베이어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넣었을까

필자가 특별조사위에 참여하면서 처음부터 가진 의문은 ‘고인은 도대체 왜 운전 중인 벨트컨베이어 밀폐함의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어야 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조명도 없는 어두운 밀폐함 안쪽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컨베이어벨트와 롤러가 접하는 위험 지점에서 굳이 근접 작업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조사를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은 질문이었다. 개인의 의욕이 넘친 과잉행동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특별조사위에 던져진 첫 번째 과제였다.

고인이 한국서부발전(원청)의 협력사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해 배치된 업무는 현장운전원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주연료인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순회 점검하고 벨트에서 떨어지는 낙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고인은 입사 후 이틀간의 신규채용자 기본교육과 3일의 현장 직무교육을 받고서 단독으로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연료운반설비에 대한 점검 작업에 투입됐다.

한국서부발전이 승인한 한국발전기술의 ‘석탄운반설비 순회 점검지침서’에서는 석탄운반설비 현장 운전원의 설비 점검방법으로 ‘설비 운전 중 순회 점검’ 항목에서 매 2시간마다 “마찰 및 기기 과열, 컨베이어 주위 잔탄 여부, 운전시 모터 과열 여부, 회전체 온도·이음·누유 확인”을 하도록 했다. ‘운전절차서’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점검항목으로 “구동부, 기타 부분에서의 진동, 비정상적인 소음을 확인” “아이들러의 회전 소음 점검” 같은 주요점검 항목으로 “모터 및 회전체의 베어링 부위의 과열 여부”를 적시했다. 위 점검항목들은 설비 가동 중지 때 해야 할 업무가 아니라 ‘설비 운전 중 점검해야 할 항목’이었다. 회전체 내부의 베어링 발열 여부나 구동부의 비정상적인 소음 확인은 육안과 청력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이 점검 항목들을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다른 도구가 없다면) 벨트와 회전체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낙탄처리 지침서 ‘유의사항’에 의하면 “벨트 및 회전기기 근접 작업 수행 중 비상정지 되지 않도록 접근금지, 단추는 모두 채우고 회전기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2인1조로 작업 수행”하도록 정함으로써 벨트나 회전체 근접 작업이 개인의 일탈행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작업 수행 방법으로 이행됐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성실할수록 노동자 위험하게 만드는 작업지침

더불어 한국서부발전은 협력사 현장운전원에게 운전설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상 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후 개선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GENI시스템(발전설비관리시스템)에 사진과 함께 등록하도록 했다. 더욱이 사고 현장의 벨트컨베이어 점검구와 롤러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아 점검구 밖에서 롤러의 상태를 온전히 볼 수도 없었다. 1럭스(대략 촛불 1개가 내는 빛)밖에 안 되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밀폐함 내의 그림자 진 벨트 하부, 철판 기둥 뒤에 반쯤 숨어 있는 롤러의 이상 부위를 육안과 청력으로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상세히 촬영하려면 점검구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어 보인다.

이처럼 협력사의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개선이나 작업지침 개정이 없다면 사고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개인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이 아니라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 때문이었다. 운전절차와 작업지침에 따라 점검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 할수록 더욱 위험해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인이 속한 한국발전기술은 발전회사와 체결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고 있을 뿐 업무를 수행하는 설비나 시설은 모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소유다. 따라서 한국발전기술은 설비의 운전이나 점검 의무만을 질 뿐 시설에 대한 권한은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고인의 협착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설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원청에 의해 묵살됐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이 ‘하청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설비 개선요구는 지연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시설의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데에는 경쟁력 제고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공기업 민영화 정책, 그 일환으로 전개된 발전 5사 분할과 경쟁체제 도입, 발전소 공정의 인위적인 분리와 민간개방을 통한 외주화, 그로 인한 원·하청의 위계구조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청은 '책임 없다' 하청은 '권한 없다' 책임 미뤄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의 민간개방과 외주화는 3년 단위로 반복되는 입찰계약으로 고용불안정과 임금착취 문제를 불러 왔고, 원청인 발전회사는 협력사 및 그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협력사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발전회사는 업무를 민간위탁(외주화)한 이후에는 협력사 노동자의 사업주가 아니므로 협력사 노동자의 안전사고에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전환됐다. 발전회사는 설비의 소유자이면서도 더 이상 협력사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비를 개선하거나 그 비용을 지출할 이유도 의무도 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민간 협력사들은 그 실질이 노무인력을 공급하고 이윤을 취하는 인력공급업체다. 수수료를 이윤으로 가져가는 협력사들은 남의 시설에 자신의 돈을 들여 안전시설을 할 권한도 이유도 없다. 원청인 발전회사는 ‘너의 사장이 아니다’(책임 없음)는 이유로, 협력사는 ‘내 설비가 아니다’(권한 없음)는 이유로 서로가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의 상호 회피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특별조사위 조사 결과 10년여간 발전소 재해의 95%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돼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발전소 업무의 외주화는 발전회사와 협력사가 서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내고, 책임의 공백 상태로 인해 위험이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자신의 몸뚱이로 위험을 감내하며 작업을 해야 하므로 사고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산업재해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된 이유는, 위험 업무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외주화로 인한 원·하청 체제하에서는 필연적으로 ‘책임의 공백 상태’가 발생해 위험이 방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외주화와 그로 인한 원·하청의 위계구조가 바로 협력사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고 김용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구조적 원인’이었던 것이다.

권영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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