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처서도 지났는데, 처지가 별 다를 바 없어 용역노동자는 늦더위 속 길에 앉았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칼 사이로 해 들어 빛났다. 거기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뭉쳐 이마로 흘렀다. 주름 두어 줄에 들어 고였다. 물방울 맺힌 생수통 들어 까맣게 탄 팔과 목과 머리 여기저기에 갖다 댔다. 가을 문턱, 좀처럼 가시질 않는 한낮 더위와 햇볕과 싸운다. 간접고용 불안과 싸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여전한 차별과, 자회사 꼼수와 싸운다. 위험은, 또 차별은 외주화 사슬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렀다고 고 김용균 죽음의 진상을 조사한 이가 발표했다. 임금 착취가 그 사슬 틈에 끼어들었다. 그 사이 책임은 흐릿해졌다. 돈 때문이었다고, 자료는 말했다. 진상은 낯설지 않았다. 어디 건설현장에서 청년은 오늘 또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저기 계단 아래 냉방장치도 없던 구석진 휴게실에서 노동자는 쓰러진다. 달라진 게 없다고, 길에 나선 노동자가 외치느라 목이 쉰다. 하늘이 부쩍 높다. 어느덧 수확의 철인데 거둘 것이 아직 여물지 않아 여기저기 근심 깊다. 기다리다 지쳐 간다. 갈증이 깊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 밑바닥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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