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김태희(41)씨는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로 인터넷·IPTV(인터넷TV) 설치 업무를 한다. 지난 7월6일 김씨는 여느 때처럼 인터넷 설치를 요청한 고객 집에 방문했고 12층 건물 옥상에 올라 중계기에서 인터넷선을 아래로 내렸다. 중계기는 인터넷 신호를 증폭시켜 재송신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터넷을 연결하려면 중계기에서 내려진 인터넷선을 창틀 안으로 밀어 넣어 모뎀에 연결해야 한다. 고객 집은 6층이었지만 실내에서 인터넷선을 끌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김씨는 "밖에서 작업을 하고 오겠다"고 고객에게 말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 창문 밖으로 발을 디디려고 벽면에 튀어나온 부분을 밟았다가 구조물이 부서지면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로 두 차례 수술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28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서부산서비스센터에서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한 노동자가 인터넷선을 설치하기 위해 전신주에 올랐다가 감전됐다. 손에 깊은 화상을 입어 봉합수술과 피부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부는 연이은 사고의 원인을 원청의 무책임 탓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중계기를 대폭 확대하고 낮은 위치에 설치한다면 홈서비스센터 노동자의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LG유플러스는 비용을 이유로 중계기를 확대하지 않았다"며 "원청이 홈서비스센터 노동자의 위험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닥에 중계기 설치하면 산재 줄어"

노조는 중계기를 옥상이 아닌 땅바닥에 가깝게 설치할 경우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뀐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아파트 1층에 중계기가 있었다면 인터넷선을 고객집 창문 밑으로 내리고 선을 1층 중계기에 연결하면 된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건물 외벽을 타거나 고압전선이 흐르는 전봇대에 오를 일도 없다.

김용준 지부 조직부장은 "중계기를 건물 내부 혹은 1층에 설치할 수 있는데도 외관상 보기 좋지 않고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옥상에 설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중계기 설치를 늘리고 낮은 위치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올해 초 원청·하청업체·노조로 구성된 3자 협의체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원청은 노조에 의견 차를 줄여 보자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장준 노조 조직국장은 "원청이 위험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딜라이브는 노사 간 합의로 조합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중계기를 바닥에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LG유플러스는 돈이 든다는 이유를 대는데, 안전대책을 비용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에 확인해 본 결과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고 개인별 안전보호구를 제공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대리점측이) 앞으로 안전사고예방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100명 중 1명꼴로 산재 겪어"

지부는 원청이 중계기 설치 기준을 강제하면서 현장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이 지난 1월 중계기 설치에 관한 기준을 전국 3층·4세대 이상으로 통일하고 그 이하는 중계기 설치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중계기 설치업체에 명확히 했다. 종전까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3층·4세대, 3층·8세대 이상의 기준을 적용했다. 지침 내용만 보면 종전보다 중계기를 더 많이 설치하도록 기준을 완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부는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김용준 지부 조직부장은 "원청은 이전에는 인터넷 설치가 어려운 경우 1·2층 단독가구에도 중계기를 설치해 줬지만 지금은 기사가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9년 1분기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통계에 따르면 통신업 재해율은 0.05%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노조가 지부 조합원 95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의 분기 평균 재해율은 0.84%로 전체 통신업 재해율보다 17배나 높았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부산 동구 LG유플러스 부산 초량사옥 앞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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