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재계가 요구하는 유연근로시간제 확대와 관련해 "경사노위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기 경사노위가 구축되면 기업 구조조정 대책이나 상생형 지역일자리 문제를 집중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가 격렬히 부딪히는 의제 논의 안 해”

문 위원장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청와대가 유임을 결정한 것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를 포함한 경사노위 본위원 9명은 파행에 책임을 지고 지난 7월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문 위원장 사의를 반려하고 당연직을 제외한 본위원들을 해촉했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가) 저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헝크러진 사회적 대화를 책임지고 정상화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이 상황을 수용하고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석이 된 상임위원·공익위원·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중 계층별대표 선임 절차는 추석연휴 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사노위는 본위원이 선임되면 본위원회를 열어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를 포함해 활동시한이 끝난 의제별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 위원회 같은 신규위원회 설립을 의결한다.

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내하청 정규직화 시기를 앞당기고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 선언문’을 마련한 현대자동차 노사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파견·용역노동자 복지증진을 위해 쓰기로 한 금융 노사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부분적이고 돌출적인 현상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이런 흐름에 맞춰 2기 경사노위에서는 노사가 격렬히 부딪히는 의제보다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 논의에 집중하고, 지역 사회적 대화 체계를 잘 갖춰 지역상생형 일자리가 잘되도록(잘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기 경사노위는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 위원회에서 산업 구조조정 대응방안과 상생형 지역일자리사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위원회에 민주노총 참관하나

경사노위는 공공기관위원회도 만든다. 공공기관위는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연장,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한다. 한국노총 소속 산별연맹뿐 아니라 민주노총 소속인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참관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한국노총 소속인 공공연맹·공공노련·금융노조는 최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와 관련해 충분한 협의를 하겠다”며 민주노총 소속 두 노조에 참관을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참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문성현 위원장은 이를 감안한 듯 “민주노총이 참가하는 완전체로서의 사회적 대화를 추구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참관하거나 의제별위원회·업종별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ILO 기본협약 다시 논의할 수도”

문 위원장은 재계가 요구하는 인가특별연장근로나 선택근로제 확대 방안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의제로 다룰지 말지는 노사정이 합의해야 한다”며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올해 2월 합의한 것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데 한국경총이 요구한다고 해서 한국노총이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거부하면 (의제 채택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상황 변화가 생기면 우리(경사노위)한테 또 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와의 무역분쟁이 한국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면 경사노위 차원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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