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중단과 성실교섭 이행을 요구하며 5일 서울 마포구 일진빌딩 1층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사는 처지인데, 힘들지 않으면 거짓말이죠. 전 아직 미혼이라 마이너스통장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안의 가장인 형님·누님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새벽 알바 뛰면서까지 파업하는 형님들도 있는데, 그걸 보면 도저히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지회장 홍재준) 조합원 홍대한(31)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회가 임금·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회사에 촉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도 5일로 72일째를 맞았다. 그사이 홍씨의 월급통장에는 두 번째 '0원'이 찍혔다. 매달 5일은 일진다이아몬드 월급날이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이날 두 번째 빈 통장을 받아든 홍씨는 동료들을 보며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지회에 따르면 아직까지 파업에서 이탈하는 조합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홍씨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여 주면, 우리도 '회사도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텐데, 회사가 보여 준 모습은 '너희 할 수 있는 거 다 해 봐라. 눈 하나 깜짝 하나' 이런 식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복귀해 봤자 과거로 돌아가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회사에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겁니다."

홍씨를 비롯한 지회 조합원 130여명은 지난 4일부터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노사 실무교섭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달부터 1주일에 세 번씩 실무교섭을 하고 있지만 핵심쟁점인 배치전환과 징계위원회 구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회는 배치전환시 당사자 '동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당사자 '협의'를 주장하고 있다. 징계위원회도 지회는 노사동수로 구성하되, 의장을 회사임원으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인사권 개입"이라며 노사동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대권 지회 사무장은 "의장을 회사임원으로 두면, 최종 의결은 의장 의사대로 할 수 있는데도 회사는 절대 받지 못하겠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부당징계 남발을 막기 위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판정이 났을 때는 가산임금 200% 지급' 조항을 두자고 요구하고 있다.

지회가 그룹사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하자, 사측은 "실무교섭을 더 집중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홍재준 지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파업사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며 "회사가 추석 전까지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교섭안을 가지고 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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