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노련
개별 성과 측정이 쉽지 않은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평가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계 기업인 듀폰코리아 노동자들이 "객관적인 기준도 없고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인사평가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며 1박2일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5일 서울 강남 듀폰코리아 본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간 듀폰코리아 울산노조(위원장 정철웅)는 "회사가 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해 인사평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인사평가 제도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정철웅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개인별로 매년 연간계획서를 써서 제출하면 이것을 토대로 생산부서 관리자가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인사평가를 한다"며 "개인정보 유출은 사규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점수를 받고 어떻게 평가받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연간계획서에는 생산 실적과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기개발 계획도 담아야 한다.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눠진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인사평가자인 관리자와 친분이 있거나 잘 보이는 사람은 승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입사 몇 년간 승급 대상에서 누락하며 임금 손실을 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인사평가 감점을 우려한 탓에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을 할 수 없고 치료도 마음 놓고 받을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듀폰은 1802년 설립해 200년이 넘은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듀폰코리아 울산공장은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폴리머와 싱크대 강판으로 사용하는 인조대리석을 생산한다. 울산공장 직원 132명 중 96명이 노조에 소속돼 있다. 노동자들은 인사평가 제도 문제를 계기로 2017년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해 8월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30여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인사평가 제도는 회사 인사권에 해당한다"며 "노조가 관련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른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 3일과 4일 부분파업을 한 노조는 회사 입장 변화가 있을 때까지 쟁의행위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