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탄저테이·예나웅·틴조·윈탄·산민나잉·툰툰링·조우·쇠린마웅…."

미얀마 이주노동자 탄저테이씨가 사망한 지 1년째 되는 날인 8일, 이날 오후 인천 부평역 앞 교통광장에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숨을 거둔 미얀마 이주노동자 열 명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이름을 불러 기억하자"는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의 제안으로 '탄저테이씨 1주기 추모문화제'를 찾은 미얀마 출신 노동자와 한국인들은 열 명의 미얀마 이주노동자 이름을 외쳤다. 추모문화제는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탄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주연 스님은 미얀마 이주노동자의 왕생극락을 빌며 추모문화제 문을 열었다. 추모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탄저테이씨는 지난해 8월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해 같은해 9월 숨졌다. 추모제를 찾은 이들은 법무부의 토끼몰이식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규탄하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했다.

"희망 안고 한국 찾았지만…."

"울지 마세요. 어머니. (…) 죽은 사람은 오래되면 잊힌다는 말이 있지만 저를 잊지 않고 이주노동자들과 좋은 한국인들이 사과조차 하지 않는 무책임한 출입국 직원을 규탄하기 위해 오늘 부평역앞에 모였습니다."

소모투(44) 주한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은 준비한 추모발언을 읽어 나갔다. 그는 탄저테이씨가 된 것처럼 미얀마어로 얘기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미얀마 동료들과 미얀마 땅에서 자식을 그리워하고 있을 탄저테이씨 부모님에게 추모발언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소모투 운영위원장은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이주노동자로 탄저테이씨와 다를 것이 없다"며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그는 희망을 가지고 한국에 왔다가 희망을 잃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가수 박준이 꽃다지의 <당부>와 좋은친구들의 <하나 된 노동자>를 열창하자 부평역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은 발길을 잠시 멈췄다. 몇몇 사람들의 시선은 미얀마 이주노동자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에 꽂혔다.

현수막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미얀마 노동자 조윈(34)씨는 현수막에 속 사진을 가리키며 자기가 아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예나웅은 미얀마 고향 친구고 틴조는 미얀마에서 한국에 오기 전 한국어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라고 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로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윈은 서투른 한국말로 "마음이 많이 안 좋다"고 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사장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그의 낯빛은 어두웠다.

"반인권적 살인단속 중단·고용허가제 폐지해야"

추모문화제에 모인 이들은 한목소리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 강제근로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고용주 허가 없이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다 보니 이주노동자는 불합리한 처우를 받거나 낮은 임금을 받고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도망쳐 나와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충남 천안의 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네팔 이주노동자 오자(37)씨는 "고용허가제를 없애고 노동허가제를 쟁취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출입국·외국인청의 토끼몰이식 단속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혜연 건강한노동세상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은 단지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라며 "비자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사냥하듯 쫓는 법무부의 반인권적 살인단속은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탄저테이씨는) 국가 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국가의 잘못으로 돌아가신 분에게 사과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주공동행동·이주인권연대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반인권 반노동 고용허가제 15년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장충체육관에서 고용허가제 15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