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세트 물량이 다수 입고돼 물량으로 가득찬 물류창고 안 모습. <마트노조>
"한 박스에 5리터짜리 간장 네 통이 들어가요. 그게 15킬로그램 정도 되거든요. 간장만이겠어요? 10킬로그램 넘는 박스를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날라요. 밀고 당기고 끌고 하면서요."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일하는 오재본(40)씨가 "함께 일하는 언니들만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오씨는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매장 진열대로 상품을 옮기는 일을 한다. 노동자들은 허리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오씨도 그렇다. 그는 "한의원에서는 허리디스크가 진행 중이라고 무거운 것을 들지 마라고 하지만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10일 오전 마트노조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기간 늘어난 물량과 상시적인 중량물 운반 작업으로 마트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이 심각하다"며 "당장 박스에 손잡이를 만드는 조치만 해도 훨씬 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올해 6월 내놓은 '마트 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박스에 손잡이만 달아도 노동자의 요추부 부담이 10~40% 정도 경감된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일하는 장성민(35)씨는 "박스에 손잡이가 있냐 없냐에 따라 허리를 굽히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 고용노동부에 마트노동자 근골격계질환과 중량물 작업 실태를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63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인력으로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과도한 무게로 인해 근로자의 목ㆍ허리 등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민정 노조 사무처장은 "박스에 구멍을 뚫자는 요구는 소박하고 현실적인 제안으로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의 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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