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을 합쳐 노조에 조직된 노동자들이 200만명을 넘어섰는데 아직도 많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반노조 정서 혹은 노동관계법에 대한 무지 탓에 노조를 설립하고도 단체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태반이다. 장기투쟁 사업장인 일진다이아몬드와 신도리코가 대표적이다.

노조 설립했지만 단협 체결 못해
"노조 만들어 잘된 회사 못 봐" 폭언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회사에 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10일로 77일째 파업 중이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29일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임금은 2014년부터 계속 동결됐다. 회사는 상여금 600% 중 400%를 기본급으로 돌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노조가입으로 이어졌다.

일진다이아몬드측은 회사에 노조(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설립되자 매우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회 관계자는 "말로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했지만 보여 준 행동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측 교섭위원들은 본교섭 자리에서 "노조 만들어서 잘된 회사 못 봤다"거나 "노조 때문에 고객사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노조혐오 발언을 했다. 회사 임원은 지회장에게 "야, 너. 넌 나한테 기술대리야"라며 폄훼발언을 하다 항의를 받았다. 지회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무기기 전문업체 신도리코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더하다. 강성우 노조 신도리코분회장은 신도리코 무노조 경영 60년을 깬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신도리코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노조에 가입했다. 공짜 연장근로수당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와 퇴사를 유도하는 원거리 전환배치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지회는 그러나 같은해 7월 시작한 교섭을 1년이 넘도록 끝내지 못했다. 회사는 34차례 교섭을 하는 동안 요구안 중 단 1개도 수용하지 않았다. 강 분회장은 "노조설립 1년이 넘어 최근 노조 사무실 하나 받은 게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정부 노조법 개정안도 '사용자 대항권' 강화

사업주 의지에 따라 노조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도, 국회에는 노조 교섭권과 쟁의권을 약화하고, 단결권 보호에 역행하는 법안이 수두룩하게 계류돼 있다. 올해 7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는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계는 이조차 "노동계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사용자 대항권' 추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총·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정부에 "정부 입법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계에 편향된 안"이라며 "개정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노조가입이 급증하고 노조가입을 통한 권리찾기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노조하기를 위한 권리는 공격받고 있다"이라며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악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