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50명 이상 30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계와 보수야당은 물론 정부·여당에서조차 시행유예나 유연근로 확대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탄력근로 확대 입법시 애로사항 상당 부분 해소”

고용노동부가 19일 발표한 50~299명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 초과 노동을 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요구한 제도개선 사항은 “돌발 상황시 연장근로 허용”(39.9%)이다. 뒤를 이은 것이 유연근로제 요건 완화(32.6%)다.

기계 고장이나 원청의 예상하지 못한 주문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근로기준법(53조)에 명시된 인가연장근로 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부 장관 인가와 노동자 동의를 받으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허용된다.

유연근무제 요건 완화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리거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같은 재계 요구와 맞닿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사유로 추가적인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를 인가연장근로 대상에 추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번 노동부 실태조사에 관련 항목이 포함되면서 정부가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외에도 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정부와 여당에서 50명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유예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근기법 개정안까지 발의돼 있다.

노동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유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주 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노동부는 올해 2월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관련 근기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단축 지원 전담팀’ 회의에서 “실태조사 결과 유연근무제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의 90% 가까이가 탄력근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입법시 애로사항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보겠다”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보완방안을 검토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입법이나 유연근무제와 관련해 추가 법 개정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가 탄력근로제 개악과 연장근로 허용을 요구하는 기업 의견을 제시하면서 국회에 조속한 보완입법을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뒤 9개월이나 계도기간을 뒀다.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도 계도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59.4% “인건비 지원해 달라”

기업들은 노동부 실태조사에서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로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5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필요한 준비사항으로는 인건비 지원(59.4%)과 생산설비 확충·개선비용 지원(13.7%)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7월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근로시간단축 현장지원단’을 설치하고 지난달 중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주 52시간 초과가 많은 기업 4천곳을 선정해 노동시간단축 정부 지원제도를 연계하고 교대제 개편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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