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지난달 19일 4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마치고 715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위원 16명, 자문위원 30여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진상조사 결과다. 한국 사회가 김용균씨 죽음에 공명한 이유는 안전을 비용으로 보고 죽음까지 외주화하는 부조리 때문이었다. 김용균 특조위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역사를 들춰내고 시정을 권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과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어떻게 바꿀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조사위원과 자문위원이 직접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의 의미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7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김미숙씨(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내 아들 용균이는 업무수칙을 다 지키다 사고를 당했다고 김용균 특조위가 밝혔다. 너무나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죽음이었다. 내 아들 용균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행렬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비참한 현실과 부당함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미래가 아주 비관적이진 않다고 생각했다. 사회 곳곳에 여러 단체들과 현장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노동하고 싸우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앙칼지게 날을 세워 정부의 행로를 지켜볼 것이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이 나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어떠한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합의가 성사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유가족을 만났다. 이익보다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4월부터 8월까지 김용균 특조위를 꾸려서 진상조사를 했고 마침내 715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특조위 권고안이다. 이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권고안을 현장에서 이행할 차례다. 진상조사 결과 국가기관인 발전소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은 결국 민영화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노동하는 사람에게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식의 처참한 죽음 앞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가족한테 했던 약속을 당연하듯 지켜야 한다. 그래서 생사의 기로에 서서 노동하고 있는 또 다른 김용균들을 살려야 한다.

우리가 명분을 세워 줬는데도 대통령과 정부가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앞으로 참담하게 어두울 것이다. 공공기관·발전소는 정부가 바꿀 수밖에 없고 꼭 바뀌길 바란다. 그래야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로 한 발짝 더 다가서지 않겠는가?

2018년 12월11일 오전 6시반 잠자고 있던 내게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렸다. 부모 된 우리에게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폭탄이 떨어졌다. 엉망진창이 된 아들의 시신을 보며 부모 또한 만신창이가 됐다.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처절한 자식의 죽음 앞에 선 부모에게 감당하기 힘든 사회의 부조리들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려져 보이지 않던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경북 구미에서 본 TV 속 사회와 완전 다른 세계, 어둠 그 자체였다.

국가 부도위기를 피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정계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려 먹기 좋게 비정규직을 형성했고, 지금 20년이 흐르도록 노동자들은 그들의 노예로 전락해 버렸다. 참담한 현실을 보며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돈에 미쳐 가는 세상과 마주한 것이다. 이것이 그동안 내가 믿고 살았던 민주주의였단 말인가? 참으로 기가 막혀서 울분이 터진다. 그러나 나는 주저앉아 한탄하며 있을 수 없다. 운다고 누가 이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꿔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맨 처음 회사가 내 아들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던 때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내 손을 잡아 준 이들은 노동조합이었고, 동료 노동자였다. 유가족이 원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싸움의 행로를 결정하면서 큰 싸움이 형성됐고, 함께 힘을 합쳐 싸우면서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권력을 무뢰하게 행사하며 사회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기득권 세력인 가진 자들이니까 나는 지금도 그들에게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일해 보고 느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래야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안전하게 바꿔 줄 테니까.

절반의 노무비를 착복당하고 1급 발암물질 속에서 일하는데 고용은 불안하다. 원·하청은 안전책임을 회피하고 차별한다. 이렇게 비정규직이라서 고통받고 살아야 하는 설움이 없어졌으면 한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인간존중을 당연하게 생각하게끔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김용균 특조위 22개 권고안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정부가 진실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 모두를 소홀히 다뤄선 안 될 것이다. 권고안을 현장에 얼마나,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정부 의지와 결단에 달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니 우리는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 이상의 죽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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