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13분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패널공장 서편 PE장에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원양 소속 박아무개(61)씨가 떨어진 천연가스액(NGL) 저장탱크 압력 테스트 캡에 목이 끼여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이 나이지리아 기업 당고테(Dangote)사에서 수주한 대형 NGL 저장탱크 압력 테스트가 끝난 뒤 박씨는 탱크 앞부위인 테스트 캡을 제거하기 위해 용접 부위를 절단하는 작업(가우징)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절단된 테스트 캡이 아래로 꺾이면서 하부에서 작업하던 박씨를 덮쳤고, 본체 철판과 테스트 캡 사이에 목이 낀 박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무게가 18톤에 달하는 테스트 캡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크레인으로 상부를 고정한 뒤 작업해야 한다. 현장조사 결과 이런 표준안전작업지침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작업을 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표준안전작업지침을 무시한 채 작업지시를 했고, 현장에 작업 중 튕김이나 추락·낙하 등 위험요소 예방을 위한 위험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외주화 이전 원청 노동자들이 동일작업을 수행할 때는 크레인으로 기압헤드(테스트 캡)를 지지한 후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해 왔다"며 "결국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작업으로 하청노동자의 처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사고 당일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울산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지부는 23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추모집회를 연 뒤 원·하청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고발조치한다. 회사에는 사고 관련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사고 당일 논평을 내 하청노동자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현대중공업 원청의 갑질과 착취가 부른 참사"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산재를 포함한 하청노동자 기본권 보장 여부에 원청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동사용자성 입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해양플랜트 화공기기 업체인 ㈜원양에 2003년 9월 입사해 현대중공업에서만 16년째 용접을 했다. 박씨의 아들도 현대중공업 다른 하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