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지난 9일부터 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청와대와 여당이 9월 말 타결을 목표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 이번주 노사 간 대화를 집중 추진한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250여명이 공사 본사 점거에 들어간 지 22일로 14일째를 맞는다.

◇대통령을 향하는 해결 촉구 목소리=이날 노동계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톨게이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사회원로와 각계 대표 200여명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톨게이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촛불 대통령 첫 행보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했던 장면을 기억하는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해고된 톨게이트 비정규직 1천500명 전원을 신속히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포함한 8개 노동법률단체는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의 무책임과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한다”며 “당장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주장했다. 국제노총(ITUC)은 이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요금수납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청와대 “원만히 타결되도록 최선 다할 것”=점거농성이 길어지고 사태가 악화하면서 청와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대변인은 20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노조 농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하루속히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노사 간 협상이나 논의가 완전히 멈춰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우리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에 관해 말을 아꼈다. 이렇게 적극적인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측면지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상황이 악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홍근)가 구원투수 역할을 떠맡은 것이다. 을지로위는 파인텍 고공농성 같은 주요 노동사건에서 막후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을지로위 조정자 역할에 관심 집중=을지로위는 9월 말을 목표로 노사 간 대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9월30일은 도로공사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기간제 노동자 800여명의 계약만료일이다.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타결점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745명의 공사 근로자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중 220명은 도로공사서비스 소속으로 전환됐다. 정년이 지나는 등 고용이 단절된 노동자는 221명이다.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는 304명이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도로공사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는 "18일까지 대법원 판결 499명을 상대로 개별 고용의사를 확인했다"며 "직접고용 대상자 430명의 경우 23일부터 경기도 화성 소재 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직무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노사 대화를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을지로위는 공사 사측을 만나 입장을 확인하는 등 대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박홍근 위원장은 “각 이해당사자들 입장을 이제 들어보기 시작했다”며 “아직은 따로 할 말은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을지로위 관계자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노사 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노사 모두를 만날 계획이며 9월30일 이전에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주요 노동사건 사례처럼 청와대 역시 여당과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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