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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목소리]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요?

기사승인 2019.09.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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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노동환경 증언대회 … “교도소 독방보다 못한 휴게실”

   
▲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주최로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낮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치솟은 지난 8월9일. 계단 아래 작은 공간에서 청소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서울대측은 그 작은 공간을 "휴게실"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면적 3.52제곱미터(1.06평). 그냥 창고였다.

장마 때면 습기로 바닥에 물이 맺힌다. 에어컨은커녕 창문도 없다. 노동자들은 "한여름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고 했다. 오래된 선풍기는 힘없이 뜨거운 바람만 전할 뿐이다. 노동계가 청소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싸운 지 10년. 최소한의 인권에 속하는 청소노동자 쉴 권리는 아직도 고장 난 화장실 한 칸, 계단 아래, 지하실에 갇혀 있다. 시설·경비노동자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이들은 “계단 아래와 지하실이 아닌 지상의, 최소한의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이 누울 수 있는 면적은 고작 1.06평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시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집행부원은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휴게실에 대해 “교도소 독방 면적이 6.28제곱미터(1.9평)라는데 청소노동자들은 교도소보다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휴식을 겨우 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증언대회는 정의당 여영국·이정미 의원과 김영훈 노동본부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서울일반노조·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와 노학연대 4개 단체가 함께 주최했다.

이시헌 집행부원은 “사람이 누울 수 있는 면적이 3.52제곱미터(1.06평)밖에 되지 않는 계단 아래 휴게실에는 환풍기 하나만 돌아갈 뿐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다”며 “학교는 이 답답하고 좁은 공간을 3명이 쓰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대학 상황도 비슷하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장은 “휴게실이 지하공간 한쪽이나 계단 아래 있다 보니 습하고 악취가 심해 숨을 쉬기 힘들다”며 “창문이 없고 공기청정기도 없어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공간부족과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휴게공간 재정비에 들어간 명지전문대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지하주차장 한편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박효성 서울일반노조 명지전문대분회장은 “악취와 습기는 물론 매일 매시간 매연에 노출돼 있어 기침을 달고 산다”며 “지하실에 전기선이 설치돼 있다 보니 일상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고 비 오는 날이면 감전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하실·계단 아래 휴게실 노동자 건강·안전 위협

청소·시설·경비 노동자들은 대부분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다. 하청업체는 원청 사업장에 마련된 휴게공간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고용과 사고 등 사용자 책임회피와 비용절감을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쓰는 원청은 이들을 위한 시설투자에 소극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지난해 8월 서울 소재 14개 대학과 3개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실 실태를 조사했더니 지하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58개나 됐다. 계단 아래는 50개였다. 실태조사에는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가 일하는 건물 각각 202개와 87개, 주차·시설 노동자 휴게실 8개가 포함됐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17개 건물에 휴게실이 없었다. 에어컨·중앙냉방장치·냉풍기 없이 선풍기만 설치된 곳은 69개, 냉방시설이 전혀 없는 곳은 3개였다.

주차·시설 노동자 휴게공간도 열악했다. 주차노동자는 대부분 지하주차장에 휴게실이 마련돼 있어 매연과 먼지에 시달렸다. 건물 설계시 휴게공간을 설계하지 않아 컨테이너를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전기·기계·통신업무를 하는 시설노동자는 야간에 업무공간에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데, 기계 설비에 의한 소음을 감내하고 있었다. 지하 휴게실은 예상대로 환기가 되지 않았다.

손승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청소노동자들은 새벽에 노동강도가 가장 세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오전·오후 노동을 해야 한다”며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지하나 계단 아래 협소한 공간에 위치해 있는 데다 기본적인 환기시설도 안 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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