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송옥주 의원,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 공동 주최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실노동시간단축 시행실태와 제도정착 방안 토론회.<정기훈 기자>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재계 우려에도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노동시간단축에 들어간 300명 이상 사업장은 물론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교대제 개편과 인력충원 등을 통해 제도 안착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는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현장혼란을 주장하며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유예·유연근무제 확대를 주장한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계도기간 부여나 유연근로제 확대가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감시·감독과 임금보전·인력충원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도 시행 중인 300명 이상도, 시행 앞둔 300명 미만도 “이상 무”

25일 오전 국회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시행실태와 제도정착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노총과 이용득·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후 현장 변화가 소개됐다. 재계 우려가 무색하게 교대제 개편과 인력충원 등을 통한 제도 안착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곽상욱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2017년 말 기준 주 52시간 초과 사업장 비율이 41.8%에서 지난해 말 26.5%로 낮아졌다”며 “연맹 소속 300명 이상 자동차산업 사업장은 교대제 개편을 통해 개정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300명 이상 사업장인 경북 경주 자동차 부품업체 A정공은 2014년 노사공동위원회로 주간연속 2교대 TF를 꾸려 노동시간단축을 준비했다. TF는 표준화 도입과 작업개선을 통한 생산성을 분석했다. 노사는 이를 바탕으로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을 결정했다. 근무형태 변경으로 노동시간은 15.8% 정도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13.85% 늘어났다. 곽 국장은 “주야맞교대 근무형태 임금을 100% 보전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임금을 받고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는 등 삶의 질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내년에 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인 충북 음성 전력용 전선을 생산하는 B메탈 노사는 다음달부터 1주 노동시간을 56시간에서 42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존 평균임금의 90% 수준까지 보전하는 데 잠정합의했다. 노사는 생산성 향상을 조건으로 현행 3조3교대를 4조2교대로 개편하고 신규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곽 국장은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시간단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법 시행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노동자에 대한 이중 차별일 뿐만 아니라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급한 것은 계도기간이나 처벌유예가 아니라 노동부의 적극적인 감시·감독과 처벌 강화,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시간단축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이라고 촉구했다.

“노동자 건강손상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해야”

현장의 제도 안착과 달리 주 52시간제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재계 아우성에 지난해 300명 이상 사업장에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했다. 올해 6월에는 300명 이상 특례제외 업종에도 계도기간을 줬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근로제 도입 내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근로시간단축으로 인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향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이뤄지게 된다면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연장근로시간 법정한도를 초과하는 근로를 허용하고 휴게시간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근로자의 과로와 그로 인한 건강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존치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한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해당 업종 근로자들을 장시간 근로에서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동시간단축 임금감소와 관련해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일정 수준의 임금은 반드시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근로시간단축제도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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