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021년부터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적용한 종사상 지위 통계를 공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행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조사표에 병행해 시험조사(파일럿 조사)를 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통계청이 '통계의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시험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깜깜이 조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로운 종사상 지위 분류는 새로운 계층의 노동권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로 직결된다. 통계의 설계부터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F 참가자도 모르는 시험조사 결과

6일 노동계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통계청은 올해부터 분기마다 한국 종사상 지위 분류 개편에 따른 시험조사를 시행 중이다. 전국 3만5천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은 시험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통계청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통계청이 "올해는 1년차 시험조사 단계이고 통계의 안정성 확보 이후 결과를 작성·공표할 예정"이라며 거부한 탓이다.

통계청은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 및 표준화 추진 TF'에서도 시험조사 진행 사실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캠퍼스에서 열린 3차 TF 회의에서 통계청 관계자는 새로운 종사상 지위 분류에 따른 대략적인 비율만 공개했다.

의존 도급인, 취업자 대비 3% 수준?

회의 참가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체 취업자의 25% 규모인 비임금노동자(자영업자)를 '독립 취업자'로 개편하면 21% 수준으로 줄어든다. 고용원이 있는 고용주가 6%,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5% 정도다. 또 전체 취업자 75%를 점하는 임금노동자를 '의존 취업자'로 개편하면 점유율이 79%로 높아진다. 그런데 의존 도급인(종속 계약자) 규모는 이 중 3%대에 불과하다. 대략 7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특수고용직은 2.5%(50만6천명)였다. 종사상 지위를 새롭게 만들더라도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계상 매년 줄어드는 특수고용 노동자
현실과 동떨어진 과소추정 지속 우려


특수고용 노동자는 2001년 비정규직 통계를 작성하면서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현실에서는 고용형태 다변화와 플랫폼 노동 확대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10년간 통계에서는 되레 특수고용 노동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2008년 60만3천명에서 2011년 62만5천명으로 늘었다가 2010년 59만8천명, 2014년 53만3천명, 2017년 49만7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조사방식 문제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누락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본조사에서 자영업자(비임금노동자)로 분류되거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퀵서비스 배달기사·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8개 직종만 예시로 나열해 실제 규모보다 과소추정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2011년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결과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130만명으로 추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를 최대 221만명까지 추정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기준이 우리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특수고용 노동자 특징을 파악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형태로 조사 설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종사상 지위 분류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보호방안 논의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규정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사 단계부터 개념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계는 통계청이 시험조사 단계부터 공개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은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가 개편되기까지 25년(1993~2018년)이 걸린 만큼 국내에서 새로운 분류 기준이 확정되면 20~30년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종사상 지위 개념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시험조사 단계부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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