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타깃으로 한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고용노동정책·행정을 감시하고 문제점을 파헤치는 국감 본연의 기능은 색이 바랬다.

“청년일자리” 얘기한 참고인에게 “조국 딸” 질문

국회 환노위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고용노동 분야와 관련해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노동부 산하기관(8일) △지방고용노동청(11일) △노동부 산하기관(15일) △노동부 종합감사(21일)가 남아 있다. 16일 예정됐던 경기도 감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비상에 걸린 경기도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4일 노동부 국감에서는 환노위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조국 장관 자녀 특혜의혹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임효정씨를 참고인으로 내세웠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사업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임씨는 취업과 학자금 걱정을 털어놓았다. 정부 청년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신 의원이 느닷없이 “조국 장관 자녀 특혜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했다. 임씨는 “우리는 몇 년을 걸려 논문을 쓰고 있는데 (조국 장관 딸은) 2주 만에 쓰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대학원생으로서 한 번은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조국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불렀다는 여당의 비판이 나왔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씨에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나.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에 대해 말씀해 달라고 불렀는데 그쪽(조국 장관 문제)에 집중하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당 설훈 의원이 임씨에 대한 추가 질의시간 확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여야 의원 간 설전이 일었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용지표가 개선됐다는 노동부 분석에 대해 “조국스러운 분석”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이장우·강효상 의원과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취업비리 의혹에 대한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도마에 올렸다. 박 시장이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조직적인 비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고 반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서울시가 정부보다 먼저 대규모 정규직 전환정책을 추진한 것을 두고 “차기대선 운동”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강효상 의원은 이재갑 장관에게 “박원순 시장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 공정사회를 내세웠지만 여당의 대선주자 흠집 내기에 집중한 셈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오늘 보니 의원들이 불공정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KT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따졌다. 박원순 시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논쟁은 11일 지방노동청 국감과 21일 종합국감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국감을 지켜본 한 여당 관계자는 “국정감사 흥행여부는 야당 의원들에게 달렸는데 제대로 된 준비는 하지 않고 새로울 것 없는 주제만 끄집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직장내 괴롭힘 퇴사자도 실업급여 지급”

한편 이재갑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주요 사업장 현안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전MBC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유지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장시간 노동 실태와 차별을 폭로했다. 이 장관은 “진정을 하면 근로자성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용득 의원이 국공립대조교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자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제정 당시 입법 누락으로 보인다”며 “교육부와 협의해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노동자를 자진퇴사로 간주해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빠른 시간 내에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에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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