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어학원 한국어교원의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대학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정남 기자>
대학어학원에서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어교원들이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거리에 섰다. 대학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일하거나, 문서로 된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대학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어교원의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대학은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 13조(한국어교원 자격 부여 등)는 한국어교원에 교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국어를 가르친다. 대학 부설 한국어학당 등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원은 2천여명으로 추산된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고등교육법이 인정하는 시간강사 신분은 아니다. 고등교육법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정규교육 과목을 강의하는 사람을 시간강사로 규정한다.

법적지위가 모호한 탓에 한국어교원의 고용형태는 대학별로 중구난방이다. 근로계약 없이 구두계약을 하거나, 위수탁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이거나, 대학 직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학측이 수업시수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임금삭감을 당하기 일쑤다.

경희대 국제교류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류아무개씨는 "외국인 학생 공항 픽업을 하고 병원 입·퇴원을 돕기도 한다"며 "학교 행사 등에 동원돼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안정과 신분보장,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18년째 일하는 진아무개씨는 "제 신분은 시간강사·연구원·전임강사대우·자체 직원 등으로 바뀌었지만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대학은 직무에 맞는 신분, 한국어교원으로 불릴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정부에 한국어교원 실태조사와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어학연수생을 가르치는 이를 교원에 포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대학에는 근로자성 인정과 학내 신분 마련을 주문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자랑스러운 573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한국어교원들의 처지는 자랑스럽지 못하다"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대학에 근로를 제공하는 한국어교원들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에는 경희대 국제교류원·서울대 언어교육원·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원 3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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