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사장 포함 3명이 일하는 카페에서 일하다 갑자기 해고된 A씨. 억울한 마음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구제방법을 물었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이라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못한다"는 답을 듣고 좌절했다.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B씨. 주 52시간 근무나 초과근무수당은 남의 일이다. B씨 회사는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4명밖에 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휴일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 대표에게 "법을 지키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근기법 사각지대인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행사하도록 돕는 노동단체가 9일 공식 출범했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다.

한상균 대표 "1천750만 무권리 노동자 권리 찾겠다"

'권유하다'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신관 2층 랜드홀에서 창립 발기인대회를 열고 "일하는 사람 권리찾기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권리찾기 1천일 운동을 선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과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권두섭 변호사를 비롯한 121명이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발기인들은 정관·사업계획을 채택한 뒤 '권유하다'를 이끌 대표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선출했다. 한상균 대표는 "10년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인 노동자, 애플리케이션 뒤에 있는 사용자와 대화 한 번 할 수 없는 배달앱 노동자, 근기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 노조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사회에 너무 많다"며 "그들이 당연하게 배제되는 사회를 갈아엎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그들이 세상과 교섭하기 위해서는 직접 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매고 밖으로 나와야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며 "1천750만명에 달하는 무권리 노동자들이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확정된 정관에 따라 '권유하다'는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임시직·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같이 노동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권리찾기 사업을 한다. 이른바 '일하는 사람 누구나' 권리찾기 1천일 운동이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을 위한 입법운동, 모든 노동자 권리헌장 제정운동을 통해 가깝게는 내년 총선에서, 멀게는 2022년 20대 대선에서 사회의제화한다는 구상이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권리찾기 1천일 운동

'권유하다'의 첫 사업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실태조사다. 5명 미만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환기하기 위해서다. 또 근로계약서 서면교부 운동을 한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지키자는 캠페인이다.

서류상 회사를 쪼개 근기법을 피해 가는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을 찾는 고발센터 운영은 핵심사업 중 하나다. '권유하다' 온라인 사이트에 고발센터를 개설해 고발·소송참여자를 모집한다. 고발 대상자는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명 미만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직원을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미등록한 사업주, 5명 이상 사업장인데도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주지 않는 사업주들이다.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은 "대규모 고발센터를 운영해 노동자들이 빼앗긴 권리를 함께 찾는 경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유하다'는 내년 4월 총선까지를 특별사업 1기로 정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주제로 노동관계법 제·개정 여론을 만들어 총선 의제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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