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도로공사와 톨게이트노조의 정규직 전환 합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반면 합의문에는 대법원과 1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수납노동자만 직접고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수납노동자는 1심 결과에 따라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공사가 불법파견 소지를 없앴다고 주장하는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사람 중 최초 판결이 나오면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직접고용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공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임금차액 소송이 병합돼 있어 1심 재판 결과까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포기각서를 쓰고 자회사로 전환된 수납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차액 소송만 진행 중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는데도 공사가 막대한 비용을 쓰며 소송을 고수하는 것은 경영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015년 불법파견 소지 없앴으나 영업규정·지침 유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문제와 관련해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소송을 계속하는 것도 배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판결 요지를 보면 공사 영업규정과 각종 업무처리지침·매뉴얼 등이 근로자 근무방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있고, 통행료 요금수납업무는 비교적 단순하고 개별적 직접 작업지시는 필요하지 않기에 공사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며 “구체적인 지휘·명령이 없더라도 규정과 지침이 있으면 일괄적으로 (직접고용)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1심 계류 중인 2015년 이전 입사자는 당연히 근로자지위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후속조치를 했으나 영업규정이나 지침을 없애지 않았기에 대법원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앞서) 2015년 이전 입사자에 대해서도 1심 재판을 계속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 노동자들과 관련해 “일정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가장 빠른 판결을 받아 본 후 나머지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 맞다”며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소송을 계속하는 것도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수용할 수 없는 이유는 임금차액 소송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병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 법무실·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으며, 1심은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서 의원은 “회사가 먼저 조치를 취하면 병합소송에서 빠진다”며 “(공사가) 적극적으로 근로자지위 문제와 관련해 (병합소송에서) 따로 떼내 (요금수납원 문제) 전체를 (함께)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이강래 사장 파견법 위반 고발

공사의 이번 정규직 전환 합의는 2심 재판 진행 중인 자와 2015년 이전 입사자라는 이중 장치를 둠으로써 대법원 판결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 노동자를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사가 불법파견 소지를 없앴다며 제시한 시점(2015년)도 문제다. 공사는 요금수납업무에 대한 불법파견 논란이 일자 2015년 용역계약을 100% 공개경쟁 입찰로 바꾸고 영업소에 근무하던 공사 소속 관리자를 지사로 전환배치했다. 또 용역계약 특수조건 및 과업지시서를 전면 개정하고 용역관리 체계를 상시감독에서 간헐적 순회검증으로 바꿨다. 공사 스스로 요금수납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지하고 개선조치를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톨게이트 정규직 전환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지속적인 노력으로 공사와 민주노총이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은 그러나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1천500여명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이강래 사장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6천556명 가운데 1심과 2심을 진행 중인 수납노동자는 각각 6천43명과 513명이다. 이 중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는 931명과 116명이다. 공사와 톨게이트노조 간 합의가 적용되는 인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745명(자연감소 등 제외시 430여명)과 2심 계류 중인 자회사 비동의 수납노동자 1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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