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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노동부 '불법파견 마이웨이'에 제동 건 법원

기사승인 2019.10.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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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기아차 3개 공장 직간접 공정 모두 불법파견"

   
▲ 정택용 사진가

기아자동차 3개 공장(화성·소하·광주)에서 간접공정 업무를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기아차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이번 판결에선 기존 소송에서 청구된 적 없었던 지게차 수리·도장설비청소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돼 주목된다.

완성차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와의 물리적 거리만을 근거로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하는 검찰의 수사 태도와 이를 따라 반쪽짜리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의 행정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사내하청 노동자들, 기아차 지휘·명령 받아"

13일 금속노조 법률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2민사부(재판장 박성인)는 지난 11일 기아차 3개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4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승소한 44명은 2015년 2월 소송을 제기한 339명 중 기아차 특별채용과 생산공정 조정, 업체 통폐합·변경에 응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이다. 대부분 간접공정에서 일한다.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직접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간접업무도 정규직 노동자 업무와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고, 기아차 지휘·명령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기아차는 작업지시서나 서열모니터를 통해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했다. 기아차가 정한 생산계획에 의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작업량·속도·장소·시간이 정해졌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던 사외서열작업장 서열업무와 공용기 회수·운반·정리업무 외에, 기존 선행사건에서 청구하지 않아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던 도장설비청소·지게차 수리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도 인정했다.

법원은 도장작업에 필요한 설비·장비를 박리·세척하는 업무는 자동차생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로 봤다. 전체 생산공정과 유기적 연관성이 높고, 지게차 운영·정비·관리는 자동차 생산속도에 맞춰 적시에 부품 투입과 부산물 수거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업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이 사용사업주의 지배 또는 통제하에 있는 경우에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결정권한이나 관리권한이 본질적으로 어느 사업주에게 유보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중 현재 사내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30명에 대해 모두 고용의사표시를 하고, 정년을 도과하거나 사망한 사람의 소송수계인들에게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완성차 사내하청은 불법" 12번째 판결에도
검찰·노동부만 '마이웨이'


이번 사건을 포함해 법원은 현대·기아차 사건에서 지금까지 12차례나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컨베이어벨트와의 물리적 거리가 아닌 작업지시서 등을 통한 구속력 있는 작업지시, 정규직 작업자 업무와의 기능적 연동성, 원청 생산계획에 따라 작업량과 작업속도 등이 결정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수사를 하면서 생산현장 혼란이 가중됐다. 올해 7월 검찰은 기아차 화성공장 불법파견 사건에서 자동차 생산공정을 직·간접으로 나눠 직접공정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으로 기소했다. 당초 대법원 판단기준에 따라 식당·청소·세탁업무를 제외한 전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봤던 노동부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검찰 기소 내용을 따랐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검찰과 노동부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수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와 다른 독자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생산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법원 판결은 검찰과 노동부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달 7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을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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