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노동관계법에 포섭하기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해외에서 플랫폼노동 확산에 따른 입법·정책적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만큼 우리 역시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18일 ‘플랫폼노동의 주요 현황과 향후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플랫폼노동 종사자가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플랫폼노동 47만~54만명, 월평균 소득 163만원 그쳐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플랫폼노동 종사자 규모는 47만~54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0~11월 무작위로 추출한 15세 이상 3만264명을 표본조사해 올해 6월 발표한 결과다. 전체 취업자 대비 1.7~2.0%에 해당한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불안정한 법적 지위와 낮은 소득을 감수한다”며 “36.5%가 세전소득 100만원 미만이고, 월평균 소득이 163만9천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폭언·폭행·위협 등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은 해외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대응이 활발하다. 최근 유럽의회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플랫폼노동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노동자에게 적용했다. 지침은 △서면 근로조건 정보제공권 △수습기간 제한권 △0시간 근로계약(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사업주 요청 있을 때까지 대기) 남용방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는 2016년 노동법을 개정해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특수형태고용 종사자에 넣고 산재보험 적용과 노동 3권 보장을 명문화했다. 지난해에는 플랫폼업체와 플랫폼노동 종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플랫폼노동약관을 작성하도록 한 ‘자신의 직업적 미래를 선택할 자유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다만 이 법은 절차상 위헌 결정으로 공포되지 못했다.

독일은 2016년 디지털화가 가져올 경제·사회·노동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노동 4.0’에서 플랫폼노동 종사자 노동법 적용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 플랫폼노동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노동 종사자 최저기준 준수의무를 담은 공동행동강령과 분쟁해결기구를 마련했다.

“입법·정책 대응방안과 공동행동강령 필요”

한국도 플랫폼노동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배달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택배연대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지역대리운전노조에 설립신고증을 내줬다. 국회에는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고용보험에 포섭하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류돼 있다. 정부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차원에서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보다 체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노동 규율과 종사자 보호에 대한 입법·정책적 방향 설정을 위해 실태파악과 분석·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세자료·고용보험DB 등을 기초로 추가조사를 하는 한편 업종별·유형별로 특성을 파악하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형태를 분류해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입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노동을 노동관계법에 포섭하는 세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시공간이 특정되지 않아 항시적인 종속상태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종속성’ 재해석을 통해 포섭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 규정을 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정의하고 보호에 필요한 내용을 열거·규율하는 특별법 제정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마지막으로 독일의 유사근로자 개념이나 영국의 노무제공자 개념같이 제3의 영역에서 보호하는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단기적으로는 독일 사례와 같이 플랫폼노동 이해당사자 간 자발적인 공동행동강령을 마련해 최저기준 준수의무와 분쟁해결 절차를 규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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