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근로자대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와 효력 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대표제 허점을 이용해 노동자들도 모르게 유연근로제가 도입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고용노동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근로자대표제가 악용된 사례를 공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0월12일 느닷없이 “근로자대표와 2015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2015년 1월1일 “병원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매분기 초일부터 매분기 말일까지 3개월 단위기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3년9개월 전에 합의한 내용을 뒤늦게 공개한 것도 황당하지만, 사측과 합의한 근로자대표를 뽑는 과정도 문제투성이였다. 병원측은 2014년 근로자대표 선거 때 선거관리위원 공모를 해 놓고 선관위원 선정 공지는 하지 않았다. 3년 뒤인 2017년 선거는 더 심각했다. 선관위원 모집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선거는 사번과 아이디를 입력해 로그인하는 병원 전산서버를 이용해 진행됐다. 노동자들이 투표한 내용을 사측이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에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담배를 공급하는 일본 담배회사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 코리아는 영업직군을 대상으로 간주근로시간제를 시행 중이다. 그런데 누가, 언제 사측과 합의해 언제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회사 노동자 절반 이상이 가입한 JTI코리아노조도 해당 사실을 몰랐다. 노조는 2017년 회사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됐다. 노동자들도 모르는 간주근로시간제가 근로계약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송옥주 의원은 “유연근로제가 적법하게 운영되기에는 인식 개선과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재갑 장관은 “의견을 수렴해 근로자대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