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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이 재해노동자와 유족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 태도

기사승인 2019.10.2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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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6년 3월14일 유성기업의 끈질기고 일상적인 노조탄압과 일터 괴롭힘으로 인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고 한광호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곧바로 열사대책위와 유성범대위가 구성됐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성지회 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열사의 한을 풀기 위해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파괴를 묵인하고 방조했던 검·경과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투쟁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열사의 죽음에 기본적인 애도나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변명과 회피로만 일관했다.

그런데 고 한광호 열사 산업재해신청 중 당시 이건우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장에게 처음으로 열사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유감 표명의 입장을 듣게 됐다. 당장 열사의 죽음에 대해 산재 승인이라는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유족과 동료들에게 애도와 유감 표명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됐다.

근로복지공단의 존재 이유

근로복지공단의 핵심 가치는 배려·책임·혁신이다. 이 중 ‘배려’는 산재노동자와 취약계층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다. ‘책임’은 공정한 업무 수행을 통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핵심 가치 세 가지가 지켜지지 않거나 불충분할 경우 재해자와 유족들에게 원성과 지탄을 받게 되고 근로복지공단 존재 이유까지 흔들리게 된다.

더욱이 근로복지공단을 찾는 재해자와 유족의 경우 자본의 무한탐욕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청년노동자 고 김태규씨 유족이 산재신청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를 방문했을 때 산재접수를 담당하는 부서 팀장이 고인을 지칭하며 “간 놈은 간 놈이고”라는 막말과 “나라에서 그래도 이만큼(산재보상) 해 준다”며 모독하고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이 발생했다. 이에 고 김태규 산재사망대책회의는 즉각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장 면담을 통해서 재발방지 약속, 담당자 교체 및 징계, 전 직원 대상 교육을 요구했다. 당시 지사장은 타당한 문제제기와 요구로 받아들이고 직원을 대신해서 사과했다.

도 넘은 막말, 제 식구 감싸기

그런데 막말 사건 이후 더욱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막말 당사자인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유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실로 전화를 해서 유족의 개인 전화번호를 확인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징계 당사자인 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자기방어를 위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면서 유족과 통화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통화 중 팀장은 유족에게 자신이 어떻게 말했는지 재연하겠다며 재차 고 김태규씨를 지칭하며 “이놈” “간 놈은 간 놈이고” 등의 막말을 반복했다.

더욱이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는 유족과 대책회의에 해당 사건은 말실수이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할 수 없어 감사실로 이관했다고 통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유족 앞에서 고인을 모독하고, 사망사고에 대한 정당한 산재보상 청구를 마치 민간 보험회사가 선심 쓰는 것처럼 말한 것을 담당 직원의 단순한 말실수 혹은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동료만을 감싸기 하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 행위를 보며 근로복지공단 존재 이유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의 공정성과 신속성에 대한 끊이지 않는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게 상처받은 재해노동자와 유족들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디뎌야 할 첫걸음일 것이다.

이태진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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