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용균이 엄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서울 광화문역에서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걸으면서도 자꾸 들여다본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중대재해기업 처벌을 촉구하던 집회 맨 앞자리에 앉아서도 용균이 엄마는 틈틈이 스마트폰 들어 살핀다. 거기 할 말이 많이 들었다. 새로운 것도 없는 말이었다. 무대에 올라 용균이 엄마는 아들 보낸 지 1년이 가까운 지금,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할 말이 많은 이유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까닭이다. 거기 또한 아들의 생전 사진과 영정 사진과 무덤 사진이 들었다. 자꾸 보는데도 실감이 안 난다고, 언젠가 말했다. 시간이 지났대도 달라질 리 없는 것이었다. 용균이 엄마는 요즘 바쁘다. 찾아갈 곳도, 할 말도 많아 그렇다. 발언을 앞두고 스마트폰에 적은 말들을 보고 또 본다. 화물차 짐칸에 만든 무대에 오르기 위해 흔들거리던 사다리를 탄다. 손 내밀어 잡아 준 사람이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6일 김용균재단이 출범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과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죽음을 막고 반복되는 아픔에 연대하는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고 용균이 엄마는 말했다. 오르막길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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