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저는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노동자예요. 그런데 출근 뒤 예닐곱 시간은 분류작업을 하는 데 사용해요. 실질적으로 첫 배송은 오후 2시30분이나 3시가 돼서야 이뤄지죠.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는데 그중 절반을 분류작업을 하는 데 쓰니 마음이 급해져 과속도 하게 되고, 사고날 뻔한 적도 많아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지성(40)씨가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김씨가 맡고 있는 배달구역은 서울 월계동이지만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노원터미널로 출근한다. 그가 담당하는 지역으로 갈 물건을 손수 자신의 차에 싣는 분류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끼니를 챙길 시간도 없다. 김씨는 "많은 물량을 생각하면 밥 생각이 나지 않아 끼니를 거른다"며 "대개 퇴근한 뒤에 저녁만 먹는다"고 했다. 김씨 퇴근시간은 물량이나 요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후 8~10시 사이다.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장시간 분류작업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으로 CJ대한통운 노원터미널 택배노동자가 건강과 안전문제를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는 대부분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밑바닥에 있다. CJ대한통운과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다시 계약을 맺는다. 근로자영자로 불리는 특수고용직으로 배달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다.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노조는 이날 노원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35명을 대상으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인터넷 설문 방식으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원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7시간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0.1%(21명)는 주당 평균 71시간 넘게 일한다고 답했다.

노조는 "지난 9월부터 분류작업시간을 단축하자고 CJ대한통운에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완 위원장은 "노조가 일찍 출범한 곳에서는 분류작업 시간이 조금 줄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역 터미널에서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다른 회사보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16년부터 전국 서브터미널에 자동분류기를 설치하는 등 분류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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