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재벌특혜 중단·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촉구하는 택배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금 돈이 중요합니까? 생물법(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이 먼저죠."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박경모(42)씨가 씽긋 웃었다. 박씨는 지역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일하는 그가 평일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루 일당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박씨뿐만이 아니다. CJ대한통운·로젠택배·우체국 물류지원단처럼 소속은 다르지만 신분은 특수고용직으로 같은 2천여명의 택배노동자가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전국에서 상경했다.

택배노동자들이 생물법이라 부르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발의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생활물류서비스업 육성과 노동자들 처우개선·안전강화 내용이 들어 있다. 택배비 일부를 주요 발주처인 쇼핑몰이나 홈쇼핑사에 떼어 주는 백마진을 금지하고 택배노동자 계약갱신 청구권을 6년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가 4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는 다단계 구조 아래서 각종 갑질과 책임전가에 시달린다"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해야 할 대표적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하라"고 쓰인 선전홍보물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버스를 대절해 조합원들과 함께 경주에서 왔다는 한 조합원은 "수수료를 많이 떼는 대리점은 배송건당 수수료의 30%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며 "건당 1천원 받고 배송하는데 30% 떼면 700원밖에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노조가 없는 대리점은 대리점주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CJ대한통운 같은 택배서비스사업자가 위탁업체 지도·감독 의무를 부여했다. 원청이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태완 위원장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택배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장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라고 통과에 비판적인 사업자단체를 비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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