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점검업무를 하다 고객에게 감금·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노동자가 한 달여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이에 분노한 동료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4개월 넘게 파업을 했다. 회사와 노조는 안전점검 탄력적 2인1조 근무와 범죄 위험가구 정보공유에 합의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방문 서비스노동자들이 심각한 감정노동과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노동계는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방문노동자 2인1조, 위험현장 작업 중지하자는 것"

10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와 권수정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조만간 상임위원회를 열어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안'을 심의한다.

서울시는 철도·돌봄서비스·가스공급·청소미화를 비롯한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무원과 서울교통공사 같은 투자·출연기관, 산하기관 자회사, 자회사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 민간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공공서비스를 관할한다. 서울시 예산과 정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권수정 의원이 발의한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안은 서울시가 노동안전보건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들 노동자의 산재 예방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부문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안전보건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도록 했다. 분야별 노동안전보건대책을 마련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가스검침원이 방문점검 중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스스로 판단해 일을 하지 않도록 하자는 얘기다. 권 의원측은 "가스검침·방문요양·정신건강상담 등 고객 집을 찾아가 일하는 이들의 노동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인1조 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서울시가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구의역 사고와 목동 빗물저류지 공사장 사고에서 드러난 부실한 노동안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기·경남 이어 서울시 '노동안전보건 조례' 제정할까

지자체에 노동안전보건 책임을 부과하는 조례는 서울시에서 처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경상남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노동계는 서울시 조례 제정을 바탕으로 전국 각 지자체로 조례 제정 흐름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의회가 조례안을 논의하는 기간에는 매일 1인 시위와 길거리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 면담도 추진한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서울시장이 역할을 해야 하고, 서울의 도시적 특성을 반영한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통해 맞춤형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의회는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