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홍콩이 뜨겁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가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반대를 넘어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주의를 내걸고 싸우는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시위 참가자 중 세 번째 실탄 피격자가 발생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홍콩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총파업·동맹휴학·소상공인 철시 '3파 투쟁'이 벌어진 날이다. 홍콩 민주화 투쟁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12일 오후 서울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홍콩노총 건설일반노조 조직활동가 람슈메이씨가 '홍콩 운동과 홍콩 건설노조의 역할'을 주제로 대중강연회를 열었다. 람슈메이씨는 민주노총이 해마다 가을에 동아시아 노조간부를 초청해 한국 노동운동과 산별노조 사업을 소개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텔레그램으로 익명 대중이 정치파업 조직
홍콩노총은 참가자 중 하나일 뿐"


2019년 2월 홍콩 행정부가 송환법을 추진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으로 보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우산혁명을 이끌던 지도부 9명이 올해 4월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학생단체가 송환법 제정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6월9일 홍콩 시민 103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홍콩 행정부가 송환법 제정 뜻을 굽히지 않자 사흘 뒤 더 많은 시민들이 파업과 동맹휴학·소상공인 철시 3파 투쟁을 하며 의회를 포위했다. 그날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제정을 막아 냈다. 그럼에도 홍콩 시위 참가자와 경찰의 마찰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람슈메이씨는 "이번 시위의 특징은 익명의 대중이 만드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에서 시위는 홍콩의 자유(Liberty in Hongkong) 온라인 포럼게시판(lihkg.com)에 익명의 누군가가 제안을 하고 토론이 벌어지면서 조직된다. 토론에 참가한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짠다. 실무그룹이 만들어지고 실제 행동에 옮긴다. 텔레그램 채널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서버가 국외에 있어 경찰이 추적하기 힘들다. 그는 "익명성에 기반한 인터넷상에서의 사회운동"이라고 표현했다.

람슈메이씨는 "가장 특징적인 성격이 탈중앙화"라며 "전통적인 방식의 조직이나 정당 지도가 아닌 대중 스스로가 결정하고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홍콩노총의 역할은 참가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

홍콩 시민이 의회를 둘러싼 6월께 텔레그램에서는 정치파업 조직화를 위한 채널이 개설되기 시작했다. 24개 산별로 텔레그램 채널이 만들어졌는데, 홍콩노총 간부들이 만든 채널도 포함됐다. 8월5일 정치파업은 실행에 옮겨졌다. 승무원 3천여명이 파업에 동참해 민항기 224편이 결항됐다. 파업 효과는 컸다. 람슈메이씨는 "건설노조 조합원 80%가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익명성에 기반한 대중파업이어서 홍콩노총도 파업 참가자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된 우산혁명 세대가 노조 조직화
고학력 사무직 중심으로 노조설립 바람


홍콩에는 새로운 노조운동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8월5일 정치파업 이후 금융노조·공무원노조·공연예술인노조·IT노조·보험인노조·회계사 노조가 새로 설립됐다. 람슈메이씨는 "정치파업에 참여했던 이들이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스스로 직장에서 노조를 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게다가 2014년 우산혁명 당시 대학생이었던 젊은이들이 5년이 지나 직장인이 되면서 자신의 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노조운동에는 29세 미만 젊은이들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사무직·전문직 노동자들이 많다. 반대로 텔레그램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저임금·고령 노동자들은 시위 참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홍콩에는 법정 노동시간이 없다. 철근공은 오전 8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무려 22시간 연속으로 일하기도 한다. 홍콩기본법은 결사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파업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홍콩에서 쟁의행위를 하려면 사용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합법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홍콩 시위참가자들의 슬로건이 노동 분야로 옮겨붙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