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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년 가까이 끈 CJ대한통운과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의 단체교섭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은 고용노동부에서 설립신고증까지 받은 택배연대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위탁·도급 등 계약형태로 일감을 받는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자로 취급받았던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인정한 만큼 CJ대한통운이 교섭을 피할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원, 택배기사 노동자성 첫 인정

17일 노동·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요구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노조는 2017년 11월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 첫 절차인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하지 않았다.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노조의 시정요구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회사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들은 이에 불복해 무더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노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자 소득이 특정사업자에 의존하고 있는지, 특정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이 노무제공 대가인지,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택배연대노조는 노조법상 근로자인 택배기사가 주체가 돼 근로조건을 향상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가 맞다"며 "사측은 노조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사법부 판단대로 교섭 응해야"

이달 28일에는 서울행정법원 14부가 또 다른 대리점주들이 낸 같은 내용의 1심 판결을 내린다. CJ대한통운이 원고로 참여한 소송은 다음달 서울행정법원 13부에서 1심 판결이 나온다.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완 위원장은 "100여개에 달하는 대리점들이 일제히 소송을 제기하다 보니 행정법원 4개부(3부·12부·13부·14부)로 사건이 배당됐다"며 "쟁점·판단기준·제출 증거가 모두 같기 때문에 3부와 14부만 심리를 진행하고, 나머지 재판부는 심리 진행 내용을 추정해 판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사법부 해석을 핑계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우기며 조합원 블랙리스트 작성, 물량 빼돌리기, 업무방해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며 "이번 법원 판결은 CJ대한통운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CJ대한통운이 지난 2년간 교섭을 미루는 동안 택배노동자 근무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져 지난해 허브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세 명의 노동자와 올해 초 동작터미널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며 "CJ대한통운 스스로 전가의 보도처럼 얘기하던 사법부 판결이 나왔으니, 결과에 승복하고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리점주들이 원고이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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