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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또 새로운 것

기사승인 2019.11.1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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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영정 사진은 어느덧 빛바래고 울었다. 표지석에 매어 둔 비정규직 철폐 머리띠도 물 빠져 낡아 갔다. 붉고 노란 조화가 다만 사철 변함없이 무덤가에 피었다. 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몸자보’를 만들어 입고 새로운 것 없는 싸움에 나섰다. 광장에 새로운 천막을 쳤고, 새로운 다짐을 나눴다. 그 앞 태극기 휘날리며 오가는 노인의 악다구니를 걱정하며 시린 손을 비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낡은 구호를 오늘 다시 꺼냈다. 입사한 지 1개월이 되지 않은 스물아홉 청년이 종이 만들던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붉은 단풍잎 흙길에 쌓이던 모란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고개 숙였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던 열사의 말을 곱씹었다. 국회 앞에 잇따라 모인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외쳤다. 새롭지도 않은 것들을 말하느라 목이 쉰다. 죽음을 막자고 사람들은 자꾸만 어느 무덤을 찾아 언젠가의 죽음을 떠올린다. 새로운 시대를 밝혔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고, 낡은 무덤가에 서서 미래를 말했다. 청년의 무덤 위로 오늘 새로운 것이 오랜 구호 선명한 ‘몸자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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