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가 20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노조는 인력 충원, 총인건비 정상화, KTX-SRT 통합 등을 요구하며 이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정기훈 기자
"우리의 오늘은 먼저 떠나간 동지들이 살고 싶었던 내일, 투쟁하고 싶었던 내일입니다. 두 조합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파업투쟁에서 승리하겠습니다."

황상길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본부 파업출정식 무대에서 외쳤다. 노동가요 <열사가 전사에게> 가사를 인용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최근 한 달 사이 노동자 두 명이 숨졌다. 지난달 22일 밀양역 인근에서 선로작업 중이던 정아무개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달 11일에는 관리자와 갈등한 기술직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명 모두 노조 조합원이다.

두 노동자의 죽음은 인력충원과 한국고속철도(KTX)·수서고속철도(SRT) 통합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에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코레일과의 올해 임금교섭·특별단체교섭이 결렬되자 이날 오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1만명을 제외한 1만명이 파업에 참여한다.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관광개발의 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철도고객센터지부·코레일관광개발지부 조합원 2천명도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지방본부와 자회사 지부들은 이날 오후 서울역·부산역·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과 영주역·광주광천터미널 앞, 대전 코레일본사 앞에서 일제히 파업돌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노조가 투쟁동력이 부족해서 파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며 "먼저 떠나간 두 동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전면파업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노조 출신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간부에게 언제까지 파업하냐고 묻지 않고 투쟁하는 것이 노조 전통"이라고 말했다. 4천여 조합원이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노조는 △4조2교대제 시행을 위한 필요인력 4천명 증원 △KTX-SRT 통합 △열차승무원 등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자회사 노동자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체불임금 해소 등 임금정상화 네 가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인력충원과 철도통합에 초점을 맞췄다. 조상수 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빨리 끝내고 싶으면 국토부는 신규인력 증원 등 노조가 수용가능한 일괄타결안을 제시하라"며 "언제든 교섭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 노사가 체결한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른 철도운행률은 광역전철 63.0%, KTX 56.9%, 새마을호 59.5%, 무궁화호 63.0% 등이다. 코레일은 군 병력 등 대체인력을 투입해 광역전철 82.0%, KTX 68.9% 이상을 유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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