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경남 통영선적 갈치잡이 어선 대성호 사고로 어선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화재 사고가 난 대성호(29톤)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밤샘 수색작업이 이뤄졌지만 추가 발견자는 없었다. 대성호는 전날 화재로 선체 대부분이 두 동강난 상태다. 선미 부분은 사고해역 주변을 표류하고 있고 선수 부분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당국은 생존 골든타임이 24시간인 점을 고려해 간밤 수중수색을 통해 선미 내부를 확인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성호는 지난 8일 오전 10시38분 경남 통영항을 출항해 제주 인근해역에서 갈치잡이를 하다 지난 19일 오전 화재로 침몰했다.

선원노동계는 대성호 화재가 피곤한 선원들이 선원실에서 잠든 사이 기관실에서 엔진이 과열해 화재가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재신고가 접수된 시간(19일 오전 7시5분쯤)은 선원들이 투망을 마치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시점이라고 추정했다.

경남선원노조 관계자는 "갈치잡이 어선원들은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꼬박 열흘 가까이를 일한다"며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한번 눈을 붙이면 아주 깊이 잠들어 화재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갈치잡이 어선은 보통 열흘 정도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하는데 밀물 시간에 맞춰 낚싯바늘을 꽂아 던지고, 썰물 시간에 낚싯줄을 걷어올리는 작업을 하루 두 차례씩 한다. 낚싯바늘을 바다에 던져 놓고 갈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4시간 정도만 휴식을 취하고 하루 20시간 가까운 중노동을 10일 이상 연속해서 한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선원법(60조)은 선원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제한하되 선박소유주와 선원 간 합의가 있으면 1주 16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단 임의의 24시간에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과 임의의 1주간에 77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휴식시간을 분할하더라도 최소 6시간 이상 연속휴식이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선원법 근로시간 조항이 어선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ILO) 어선원노동협약에는 1일 10시간, 1주 77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우리 정부도 ILO 어선원노동협약을 비준하고 선원법 근로시간 조항을 어선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주변국이 ILO 어선원노동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선원 장시간 노동 규제에 소극적이다.

연맹은 성명을 내고 "선원들이 무사 귀환하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정부가 대성호 선원 구조에 총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택훈 연맹 수산정책본부장은 "선박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성호가 인양되는 대로 안전설비는 제대로 갖췄는지 선원들의 휴식공간은 충분한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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