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사진 속엔 조끼 차림 사람들이 웃고 울고 춤춘다. 길바닥에 엎어져 행진하고, 경찰에 둘러싸인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또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새롭다고 했다. 여기 나도 있다면서 가리킨다. 흰옷 입고 바닥에 붙어 얼굴을 확인할 길 없었는데, 뒷모습이라고 제 모습을 어찌 모를까. 그놈의 냄새가 지독했다고 사진 살피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는 말했다. 맨홀 뚜껑 틈으로 올라오는 냄새였다. 거기에 가로변 은행나무 열매 짓이겨진 냄새가 섞였다. 바닥에 낮게 엎드려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싶어 오늘 그는 광화문 길가 천막에 산다. 토론회 증언대에 선다. 또 어디 집회를 찾아가 박수 보태고 구호를 더한다. 어김없이 청와대 앞으로 걷는다. 그 빼곡한 일정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질 테니 사진첩이 두툼해 간다. 나날이 새롭다. 이런 싸움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거기 누구나가 말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인 것 같다고도 했다. 어느덧 싸움 짧지 않아 구호에 팔뚝질과 몸싸움이며 노숙까지 능숙하다. 톨게이트 노동자가 사진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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